[팝뉴스]백인래퍼 에미넴, 힙합정상 우뚝

  • 입력 2000년 7월 3일 19시 01분


백인의 랩이 ‘토종’ 흑인 랩을 누르고 힙합 정상에 등극했다. 백인래퍼 에미넴(Eminem). 그의 돌풍은 한국에도 거세다.

‘연소자 이용불가’라는 빨간 딱지가 붙은 그의 두 번째 앨범 ‘마샬 마더스 LP(The Marshall Mathers LP)’는 발매 3주도 안 돼 1만5000장이 넘게 팔려나갔다. 앨범 판매고 100만장을 올리는 조성모 같은 가수도 있는데 고작 1만5000장이 무슨 ‘돌풍’이냐고? 힙합앨범이 보통 3000∼4000장 판매에 그친다는 것을 알면 납득할 만하다.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도 에미넴은 5주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앨범 판매고는 500만장을 넘겼다. 미국 잡지들은 “발매 첫 주 판매고 130만장을 자랑하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에미넴이 160만장으로 2위로 끌어내렸다”고 놀라워했다.

도대체 에미넴에겐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내 피부색에 대해 언급하면 주먹이 날아갈 지도 모른다”고 말한 에미넴이지만 아무래도 그가 백인임을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다. 흑인들의 절망과 분노를 담아내는 ‘그릇’인 랩을 백인이 한다는 것 자체가 이야기거리가 되기 때문.

이전에도 ‘비스티 보이즈’ ‘바닐라 아이스’ ‘스노우’ 등 백인래퍼가 있었지만 ‘비스티 보이즈’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짝스타에 그쳤다. 에미넴은 그 전례를 깬 실력있는 래퍼라는 점에서 ‘가산점’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것.

일부 평론가들은 “흑인음악 로큰롤을 대중화시킨 것이 백인 엘비스 프레슬리였듯 하위문화인 힙합을 물 위로 끌어올릴 ‘래퍼 엘비스’는 에미넴이 아닐까”라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내놓는 마당이다.

자신의 본명을 딴 2집 ‘마샬 마더스 LP’도 리듬감있는 래핑과 말장난의 수준을 넘어선 라임맞추기가 뛰어나다. 보이밴드 ‘엔싱크’를 ‘립싱크’라고 비아냥대고 크리스티나 아귈레라 등 10대 가수들의 노래는 ‘쓰레기’라고 주장하는 그의 가사는 확실히 조금 지나치지만 스토커에게 보내는 노래 ‘Stan’, 힙합이 10대를 탈선시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너부터 본보기를 보이라’고 쏘아주는 ‘Who Knew’ 등을 읽고나면 그 작사 능력만은 폄하할 수 없게 된다.

<김명남기자>star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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