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네티즌 윤리강령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갈수록 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리적 물리적 공간은 아직도 엄청나게 느껴지지만 디지털 신호를 기초로 형성된 사이버공간을 통해 그 간격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마우스 하나로 전세계를 넘나들며 상거래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세계 구석구석의 문화 예술 정보를 얻기도 한다. 전자민주주의란 말도 이제는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컴퓨터로 연결된 사이버공간은 단순한 통신 공간이 아니라 어느새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사용자는 1400만명으로 중국(1100만명)보다도 훨씬 많다. 불과 1년 후의 사용자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나스닥시장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미국 정보통신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도 엊그제 우리나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강연에서 “5년 전 미국 유럽 일본 순으로 인터넷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미국 아시아 국가(일본 제외) 유럽 일본 순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발전이 특히 눈부시다”고 말했다고 한다.

▷네티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최근 음란 정보의 유통, 사이버 폭력, 악의적인 비방 등 사이버공간에서의 불법행위와 이에 대한 대응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학자에 따라 견해가 엇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법원과 검찰은 일단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간활동에 대해서도 기존의 법률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최근 사내 전산망에 다른 직원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사람에 대해 명예훼손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동아일보 매일경제와 함께 건전한 사이버문화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15일 ‘네티즌 윤리 강령’을 선포했다. 다른 사람의 인권과 사생활 존중, 바른 언어 사용 등 네티즌들이 지켜야 할 10개 행동 강령을 담고 있다. 사이버공간을 모두의 행복과 자유, 평등이 실현되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기 위해 네티즌들의 양식에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은 ‘보이지 않는 인격’이 투영되는 곳임을 되새겨 볼 일이다.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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