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군포로도 이산가족이다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가시적 성과는 올해 8·15에 즈음하여 이산가족의 교환방문을 하기로 한 점이다.

그러나 이산가족 교환방문의 규모는 현실적으로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이산가족이 대다수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첫째가 생사 확인이고 그 다음이 주소 확인과 서신 교환, 고향 방문과 상봉, 그리고 희망하는 가족의 경우 함께 살 수 있게 해주는 재결합이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초점을 우선 생사 확인에 맞춰야 하는 이유는 핏줄과 헤어진 사람들의 고통은 무엇보다도 살아있는지조차 모르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85년 9월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과 상봉이 처음 이루어졌지만 남북한에서 모두 151명이 교환방문을 했을 뿐이고 그 후 제3국에서 이루어진 상봉도 496건 정도다. 현재 정부의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접수된 상봉 신청자는 모두 14만6000여명이라고 한다. 이것은 1000만에 가까운 전체 이산가족 숫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는 우선 이산가족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정보화하는 작업부터 본격화하기 바란다.

이산가족 찾기가 과거에 보았던 것처럼 몇 번 하다 마는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소수의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TV화면에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상징적인 효과는 클지 몰라도 다수의 소망 실현과는 거리가 있다.

이산가족 찾기가 지속적으로 광범하게 이루어지게 하려면 이것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남북 정상이 직접 합의했으니 이에 대한 행정적 법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상봉의 경우도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이지만 상설면회소 설치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번 6·15남북공동선언문에 북한측이 요구한 비전향장기수 문제의 해결은 명기하면서도 우리의 국군포로와 납북 어부 등 강제 납북자 송환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로서는 이들의 송환문제가 몇 명 안 되는 비전향장기수보다 휠씬 심각한 인도주의적 숙제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들에 대해 너무 손을 놓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