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2010년의 첨단 상품들]피부색 바꾸는 크림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10년 후면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첨단기술 상품과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통신 환경속에서 ‘테크노포비아(기술공포증)’라는 단어까지 등장한 지금, 기술은 또 어떻게 인간의 공포증을 극복해 갈 것인가.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11일 2010년경이면 상용화할 수 있는 여러 첨단상품을 소개했다.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말동무가 되는 곰인형, 깎을 필요가 없는 잔디, 충돌 추돌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자동차 등 이야기만 들어도 흥미진진하다. 매거진에 소개된 첨단상품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피부색을 바꾸기 위해 많은 위험을 무릅쓴다. 갈색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폐쇄공포증을 일으킬 것 같은 좁은 상자 안에 들어가서 발암성 광선을 쪼이거나 표피를 산화시키는 태닝 크림을 바른다. 하얀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화학약품을 이용해서 피부를 벗겨내거나 짙은 색 반점이 있는 곳에 레이저 광선을 쏘아댄다.

그러나 인간의 색소 시스템에 관한 전문가인 제임스 노들런드 박사는 앞으로 10∼15년 후에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크림으로 마음대로 피부색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한다.

다가올 피부색 혁명의 기원은 8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애리조나 의대에서 해부학과 세포 생물학을 가르치는 맥 해들리가 20년간의 연구 끝에 멜라닌 색소의 생산을 촉진하는 약을 만들어내서 실험을 위해 자신의 몸에 주사한 것이 바로 그 때였다. 그리고 3주 후에 그는 거울 속에서 해변에 나가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갈색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약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해들리의 몸무게가 4.5kg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발기 증세가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해들리의 실험은 그 후 15년 동안 계속된 멜라노사이트에 대한 연구의 바탕이 됐다. 멜라노사이트는 피부색을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을 하는 세포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시내티 대학의 피부과 교수인 노들런드 박사는 앞으로 10여 년 후에는 눈과 귀 등에 들어있는 멜라노사이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국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피부탈색 억제제가 만들어질 것이며, 15년 후에는 국부적인 멜라노사이트 자극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손쉽게 자신의 피부색을 바꿀 수 있게 되면, 현재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인종문제는 어떻게 될까? 그 때가 되면 피부색은 계급이나 지위의 상징이기보다는 유행이나 저항의 상징이 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짙은 갈색으로 피부를 태우고 랩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일본 젊은이들에게서 그런 조짐을 엿볼 수 있다.

맥 해들리는 재미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하얀 피부를 갖고 싶어하고, 유럽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짙은 색 피부를 갖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온 세상의 사람들이 똑같이 갈색피부를 가진 하나의 민족처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makeu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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