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양성철씨 가족의 국적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미국시민권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탐을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도 출산이 가까운 임신부가 힘든 몸을 이끌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출생지주의를 택하는 미국에서 출산을 하면 그 아이에게는 자동적으로 미국 국적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우리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많을 때는 한해 약 100만명이나 되는 각국 사람들이 미국 시민권을 새로 얻는다고 한다.

▷양성철(梁性喆)주미 대사 내정자와 그 가족들의 국적 문제가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그는 77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12년만인 89년 이를 포기, 한국 국적을 회복했고 이어 15대 국회에 진출한 사람이다. 따라서 그가 주미 대사직을 맡는데는 법적으로 하등 하자가 없다. 외교통상부쪽에서는 이미 아그레망까지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왜 자꾸 흠집을 내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그의 주변이나 주미 대사라는 직함을 놓고 볼 때는 사정이 다르다. 흠집만 내려 한다고항변 할 일이 아니다.

▷양씨의 부인은 남편이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난 4년동안 줄곧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가 지난 3월 한국 국적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3월이면 시기적으로 봐서 양씨에게 이미 주미대사 내정 ‘귀띔’이 갔을 때로 여겨진다. 현재 32, 29세인 양씨의 두 자녀도 물론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우리 국적법은 이중국적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양씨 가족들의 경우도 양씨처럼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남편이 국회의원인데도 부인은 미국 국적을 그대로 갖고 있다가 주미 대사 내정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 한국 국적을 되찾았다면 그 처신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비춰질까.

▷우리의 경우 주미 대사직은 미국에 오래 거주했거나 학문적 실적이 많다고 해서 그 자격 요건을 갖추는 자리가 아니다. 자격과 능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뤄진 인물이 맡아야 할 자리다. 특히 대사는 ‘나라의 얼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과 국가관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자면 본인은 물론 그 가족도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없는 인물이 선정되는 게 옳다. 이런 점은 양씨가 더 잘 알 것이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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