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박찬욱 감독 인터뷰 "이념보다는 휴머니즘에 포커스"

  • 입력 2000년 6월 9일 10시 05분


어쩌면 그에게 올해는 영화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한해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남북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을 소재로 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감독(37).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광으로 10년 넘게 영화판을 기웃거리면서도 정작 '달은…해가 꾸는 꿈’(92)과 '삼인조’(94), 딱 두편에 그쳤던 그가 올 한해에만 두편이나 되는 대작에 손을 댔다.

첫번째 영화는 이미 개봉돼 관객의 상당한 호응을 이끌어낸 '아나키스트’. 제작시기가 '공동…’과 맞물리는 바람에 시나리오 단계에서 작품을 넘겼지만 4년전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구상된 작품이다. 둘째 영화가 제작비 29억원의 대작 '공동…’.

5일 경기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내 8000여평 대지에 실물크기의 90%로 지은 판문점 오픈세트 공개 현장에서 만난 박감독은 예전의 박찬욱이 아니었다.

"기존의 내 영화들은 영화광들을 상대로 한 '영화에 대한 영화’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다 뚜렷한 주제의식과 영화적 흥분, 기술적 완벽성이 다 같이 가는 영화를 만들었다."

'공동…'은 판문점에서 벌어진 북한군 병사의 총격 살인사건이라는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면서 남북 병사가 교류하는 인간미에 초점을 맞춘 영화.

박감독은 "남북분단을 체제간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아니라 체제와 개인간의 대립관계로 담아내려고 했다”며 뚜렷한 주제의식을 강조했다.

대중성으로의 투항일까, 시네마 키드에서 작가로의 성숙일까.

"80년대를 지나며 이념과잉에 대한 반발 때문에 한가지 주제의식에 매달리기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다시 그 이념들이 조롱당하는 것을 보면서 보다 뚜렷한 의식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한 입장에서 엄청난 제작비가 부담스럽지 않을까.

“저예산영화 옹호론자로서 솔직히 엄청 부담스럽다. 하지만 현실상황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내용이라 사실성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에 충실한 슈퍼 35㎜촬영기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소감에 대해서도 “넓은 화면 때문에 클로스업 촬영에서 더욱 근접촬영을 하다보니 집중도가 높아져 밀도있는 화면을 만들 수 있었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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