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합법적 亂개발' 팔당 상수원지역 몸살

  • 입력 2000년 5월 14일 20시 07분


14일 남한강을 끼고 도는 44번 국도. 경기 양평군 강상면 전수리에 이르자 수십개의 카페와 음식점이 강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서 있는 가운데 고급 음식점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야산에는 38채의 전원주택단지를 짓는 기초공사가 한창이었고 반대쪽인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194의 4 일대에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프라임빌 아파트 3개동 터닦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123가구 중 70%가 분양된 상태인데 입주자는 대부분 외지인이라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

▼자고나면 새 건물 들어서 ▼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팔당호 상수원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올 들어 특히 한강변 개발붐이 일면서 자고 나면 그럴듯한 외양을 갖춘 신축 건물이 들어설 정도로 주변경관이 바뀌고 있다. 차를 타고 달리면 5분마다 ‘전원주택 분양’ ‘택지 분양’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고 도로변에는 수많은 부동산 사무소들이 성업중이다.

양평대교를 건너 북한강 수변구역으로 가 보았다. 수백평에서 많게는 수천평 규모의 전원주택들이 강에 인접해 있거나 멀쩡한 야산을 깎아낸 채 건설되고 있었다. 야산을 깎아내고 각종 음식점 등이 마구잡이로 들어서고 있어 ‘팔당특별대책구역’이라는 명칭이 무색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난개발이 현행법상으론 엄연한 ‘합법’이라는 데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된 22층 짜리 고층아파트 건설현장도 팔당호에 인접한 상수원보호구역이지만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건설이 가능한 것이다.

강을 바라보며 야산을 깎고 속속 들어서고 있는 수변구역 내의 전원주택단지와 음식점 여관 등도 ‘적법한 허가’를 받고 건설중이다. 90년 7월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해 남양주시와 양평군 등 7개 시 군이 팔당특별대책지역 1권역과 2권역으로 지정됐는데 이중 1권역에서는 연면적 800㎡(약 240평) 이내의 주택과 400㎡(약 120평) 이내의 숙박시설 및 음식점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

지난해 9월 강변을 따라 수변구역이 지정돼 음식점과 숙박시설 건축이 제한됐지만 그 이전에 허가를 받았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건설이 가능하다. 하수처리구역이나 취락지역 등은 수변구역 지정에서 제외되어 있어 아파트 건축 등 대단위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법적 하자없어 시군청 고민 ▼

이렇듯 개발허가 자체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보니 해당 지역 시 군청도 고민이다. 수질 오염 등을 감안해 허가를 반려할 경우 개발업자가 소송을 걸면 거의 패소하기 때문. 실제로 94년 팔당호 일대에 숙박업소가 마구 들어서는 것이 문제가 되자 당시 내무부는 각 군청에 환경을 고려해 허가를 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양평군청은 14개의 여관에 대해 허가를 반려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건축주들이 행정소송을 내 승소하면서 결국 14개의 ‘러브호텔’이 모두 지어졌다.

환경 전문가들은 팔당호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변구역 지정, 보안림 지정, 낚시 취사 등 오염행위 제한, 하천변에서의 오염관리 강화 등 기존의 팔당대책 외에 토지이용 규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팔당대책으로는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조치들을 개발업자들이 악용해 주택을 개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팔당대책에 따라 오염부하량를 총량적으로 관리하는 오염총량규제가 곧바로 도입될 방안이지만 해당 지방지자체가 이를 시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시된다. 개발업자들이 고층아파트나 전원주택 등을 지으면 하수처리장을 증설해 이를 ‘합법화’해주는 것이 현재 지자체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 등 6개의 시민단체는 각 관계법령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조만간 수질학자 도시계획학자 변호사 지역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릴 계획이다. 환경부도 8월 환경정책기본법시행령을 개정해 환경성협의 대상을 민간사업까지 확장, 특별대책지역 내에서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사전환경성협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합리적 허가기준 있어야 ▼

그러나 시민단체는 “법령 개정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과 생태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생태팀의 조태경(趙台經·29)간사는 “법적 기준이라는 것은 절대로 넘어서는 안될 최소한의 수준을 지정한 것이므로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건설 허가를 내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원·김승진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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