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동철/16代 '젊은 피' 말보다 실천을

  • 입력 2000년 5월 11일 21시 55분


16대 국회에서 활약할 111명의 정치신인, 이들 중 젊은 초선의원 당선자들의 ‘반란’이 일단 신선하다.

‘4·13’총선 전부터 ‘젊은 피’니, ‘386세대’니 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들이 얼마전 대학생들의 수련회인 MT 형식의 모임을 갖고 밤을 새가며 당내 민주화 등을 논의하던 모습은 색다른 충격이었다. 그리고 사흘 전 민주당의 의원 연수와 한나라당의 의원 연찬회에 각각 참석한 여야의 젊은 초선의원 당선자들이 보여준 패기만만한 태도는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서슴없이 당내민주화를 화두(話頭)로 던졌고 당 지도체제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해댔다.

한 중진 정치인은 이들을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기존의 정치질서와 권위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들에 대해 느끼는 당혹감과 두려움의 표시였다.

그러나 문제는 4년 뒤 16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이런 ‘반란의 초심(初心)’을 그대로 지키는 ‘앙팡 테리블’이 얼마나 될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한 해답의 일단은 15대 국회가 너무나 잘 보여준다. 꼭 4년 전 무려 137명의 정치신인이 충원된 15대 국회가 출범할 때 ‘총선민의(民意)를 꿰뚫은 인물’들이 펼쳐갈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리고 이들 신인들도 틈만 나면 국민의 기대감을 반드시 충족시키겠다는 결의를 소리높이 외쳤다.

하지만 그 뒤의 흐름은 전혀 딴판이었다. 이들의 등장에 그토록 박수갈채를 보냈던 국민은 4년 뒤 이들을 향해 ‘바꿔’를 열창했고 ‘4·13’총선 민의는 이들 137명의 정치신인 중 불과 59명에게만 국회 잔류를 허용했을 뿐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물론 그 첫머리에는 지역주의와 패거리정치가 그 토대인 ‘3김식 정치’의 두꺼운 장벽이 있다. 정치신인들은 겉으로는 3김정치 종식과 새로운 정치질서 확립을 다짐했지만 3김으로부터 공천받아 3김식 정치를 바탕으로 당선된 ‘원죄’는 이후 행보에 엄청난 족쇄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이런 제약은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중 상당수를 여야 기성정치권의 ‘홍위병’으로 전락시켜버렸다. ‘저격수’니, ‘정권의 나팔수’니 하는 상호비방, 정치철새와 줄서기 등은 구시대 정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유권자들은 이런 구태를 결코 놓치지 않았고 표로써 이를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15대 국회의 전철을 16대 국회의 정치신인들이 따르지 않을 것으로 과연 단언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게 돼서는 안되지만 기성정치권의 장벽은 이미 이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의사강요가 이들의 자유의지와 충돌할 조짐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16대 국회의 젊은 초선의원 당선자들이 극복해야 할 첫 과제다. 이들이 그동안 외쳐온 말로만 본다면 첫 과제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에게서 실천보다는 말이 앞서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단지 노파심 때문일까. 16대의 ‘앙팡 테리블’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말보다는 행동을 통한 실천이다.

김동철<정치부 차장>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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