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제3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0년 5월 1일 17시 35분


"1만원 가량의 주식이 실수로 100원에 거래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고 외국 투자자들은 사실상 참여가 봉쇄돼 있다"

제3시장(장외주식 호가중개시장)이 지난 3월 27일 4개 종목으로 출범한 이후 한달여만에 37개 종목으로 늘어나는 등 적어도 양적으로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증권도 최근 `제3시장 성장 가능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제3시장 지정기업수는 올 상반기에 100개, 올말까지는 200개 정도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초 시장을 개설하면서 의도한 △비상장.비등록 주식의 거래 편의 및 가격 공정성 도모 △상장 또는 등록요건 미비, 상장.등록 폐지 주식들에 대한 유동성 부여 △상장.등록이전 초기단계 투자 기회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 시장 현실 = 제3시장 지정기업들의 평균 자본금은 17억8천만원으로 코스닥시장 222억원의 10%에 못미치고 시가총액도 8천500억원으로 코스닥의 1%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2만주와 17억원에 불과해 하나의 시장으로 보기도 어렵다.

또 가격제한폭이 없는 데다 호가와 수량이 일치돼야 거래되는 상대매매방식이 적용됨에 따라 동일종목 주가가 하루에 1만%이상 벌어지는 기현상과 함께 작전에 의한 주가조작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함께 뒤늦은 유무상증자 공시 등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피해, 대주주나 창투사들에 편중된 지분에 따른 거래 부진 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장외거래 종목들이 제3시장을 통해 매매가 이뤄져 환금성과 가격제시 기능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개선사항 = 제3시장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차익발생때 `양도소득세 부과'를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거래소나 코스닥 시장과 달리 위험도가 훨씬 높은 제3시장에만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존 장외시장의 음성적 성장을 부추기거나 지하자금의 산업화를 막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가격 제한폭이 없는 것과 함께 상대매매방식 또한 저조한 체결이나 장중의 지나친 가격 변동을 이끌기 때문에 가격제한폭 설정이나 거래소나 코스닥같은 경쟁매매방식 도입도 고려해봐야 한다.

이로써 1만원짜리 주식이 실수로 100원에 거래되거나 주가가 하루에 1만%이상 벌어지는 현상들을 방지,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투기화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 관계자들은 "극히 소수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컴퓨터 입력이 잘못됐을 때 매입을 위해 기다리거나 엉터리 주문을 내 상대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위탁증거금 100% 조항도 외국인들의 참여를 사실상 봉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자국 법상 증권사에 자산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위탁증거금을 주문전에 미리 입급할 수 없는 현실도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HSBC 은행 관계자는 "위탁증거금 조항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시장처럼 증권사 자율에 맡겨 궁극적으로 기관투자가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인 투자가에 대해 위탁증거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3시장이 법률상 제도권 밖의 시장이기 때문에 왜곡현상은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면서 제도개선에 소극적이다.

◆향후 전망 = 코스닥증권시장 관계자들은 "미국 장외거래시장(OTCBB)도 지난 90년 설립됐으나 4년후인 94년부터 거래가 본격화됐으며 코스닥시장도 시장 개설후 3년이 지나 활성화됐다"며 제3시장의 성패 여부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지적한다.

이해할 수 없는 무분별한 가격 변동 등의 내용도 개설 초기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제3시장 진입 여부를 탐색중인 기업들이 속속 합류해 지정기업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유동성도 개선돼 시장이 안정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증권 관계자는 "제3시장은 고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고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한다"며 "우량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만큼 시장활성화에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자들은 먼저 매매에 나서기보다는 충분히 시장을 연구하거나 기업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야한다"며 "구체적으로는 분할매매를 통해 유동성 위험을 피하거나 우량 중소기업들에 대한 매매로 거래비용을 절약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기성<동아닷컴 기자> basic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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