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이충희·김태환감독의 묘한 대조

  • 입력 2000년 4월 28일 18시 46분


흔히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명감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철저하게 무명 시절을 보낸 선수가 훌륭한 코치로 성장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

이충희감독(41)과 김태환감독(50)은 이런 면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현역 시절 이감독은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고 은퇴 후에도 대만에서 우승팀 감독으로 전성기를 맞았으며 96년 프로농구 LG세이커스 감독에 부임, 화려하게 국내 무대에 컴백했다.

반면 김감독은 그 흔한 인맥과 학맥도 없이 ‘맨손’으로 초등학교부터 여고까지 여러 팀을 전전하며 ‘승부사’로 자리매김했다.

이감독은 데뷔 무대인 97∼98시즌 신생팀 LG를 정규리그 2위로 견인했고 그 다음 시즌에도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김감독은 98년 중앙대에서 지휘봉을 잡은 뒤 44승4패를 기록하며 출전한 7개 대회 가운데 우승을 6차례나 했다.

프로와 대학으로 엇갈린 길을 갔지만 두 사람 모두 성공한 지도자의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그리고 28일 ‘아스팔트를 달린’ 이감독은 ‘가시밭길을 걸어온’ 김감독에게 LG의 지휘봉을 넘겨줬다.

LG는 이날 “5월31일 계약 기간이 끝나는 이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김감독을 2대 감독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6강 진출에 실패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

계약 기간 3년에 연봉 1억4000만원 이상을 보장받은 김감독은 26일 개막한 1차대학연맹전까지 중앙대를 이끈 뒤 LG에 합류하게 된다.

김감독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수많은 고통이 있었다.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감독은 “창단 감독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명문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LG구단은 이감독에게 예우 차원에서 총감독직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감독은 “당분간 푹 쉬고 싶다. 미국 유학 등으로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겠다”며 팀 잔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