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85세 김병기화백 회고전…내달14일까지 가나아트센터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14분


“오래 살아있다는 이유 외에 회고전을 가질 만한 이유가 내겐 없어 보인다.회고전이 마지막 결산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더욱 그렇다. 나의 작품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내게 있어 작품은 언제나 유동적이고 과정적이었기 때문이다.”

85세의 원로화가 김병기 화백은 아직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듯이 말한다. 김환기 유영국 등과 더불어 국내 화단에 추상미술을 도입한 선구자로 꼽히는 김화백이 20일부터 5월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회고전을 연다. 1960년대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70여점이 전시된다.

그의 작품에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직선, 나무나 꽃의 모습이 함께 등장한다. 직선과 사각형으로 화면을 구성했던 몬드리안의 추상작품처럼 화면을 기하학적으로 구분한다. 이같은 기하학적 화면위에 그는 다시 꽃이나 나무를 그려넣었다. 기하학적 추상화의 느낌과 풍경화 혹은 정물화의 느낌이 혼합돼있다. 그는 특히 나무를 즐겨 그리는데 그가 그린 나무들은 사람이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닮았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의 요소를 함께 갖추고 있으며 나무인 듯 사람인 듯 이중적인 이미지를 지닌 물체가 등장한다. 그의 작품은 이렇게 복합적이다.

미술평론가 김정희는 “직선이나 기하학적인 형태, 낙서같은 붓자국이 나란히 나오고 우연과 계획이 병존하는 것이 최근까지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절제된 직선과 자유로운 낙서, 의도적인 효과와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색채효과 등 대립적인 요소가 한데 어울려 있다. 그는 이같은 이질적인 요소를 화면속에 통일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려한다. 02-3216-1020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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