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美경제 치명상까진 입지 않을듯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07분


주가가 떨어지면 덩달아 주식을 팔아 주가가 대폭락할 때가 있는데 이를 ‘공황(恐慌·panic)’이라 부른다. 지난주 내내 떠돌던 공황의 그림자는 금요일에 뚜렷해졌다.

금요일의 가장 큰 패자는 티파니였다. 이 보석판매회사의 주가는 무려 13%나 떨어졌다. 주가하락이 보석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란 투자자의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주가폭락이 보석 등 사치품이 아닌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경제호황은 이제 끝났는가.

▼90년대 日거품과 달라▼

전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1929년 대폭락은 비교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그때처럼 어리석게 정책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일본 상황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일본인들은 미국도 일본이 당한 것처럼 꽤나 고생을 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신경제’ 역시 80년대말 일본의 거품경제처럼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주 주가폭락 이후 이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수년간 일본경제의 문제점을 지켜보면서 그처럼 부유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가 왜 단순한 수요부족에 따른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는지 의아스럽게 생각해왔다. 그 결과 나는 몇가지 이유를 발견했으며 미국은 일본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리라 믿게 됐다.

주가 폭락이 장기간 불황으로 치닫는 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업이 투자를유치할 만한 좋은 사업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기업수지가 악화돼 아무리 사업계획이 좋아도 투자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가 폭락으로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있으면 대출쉬워▼

첫째 이유와 관련, 미국은 기술혁명의 와중에 있다. 생산성 향상이 한계에 이르렀던 90년대의 일본과는 다르다. 또 이민 등을 통해 노동력이 꾸준히 늘고 있어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둘째 이유와 관련, 최근 수년간 기업 부채가 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닷컴회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수익성있는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은 지금도 자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외채 경제규모 비해 적어▼

셋째 이유와 관련, 미국은 일본과 규모가 다르다. 미국은 거대한 경제권이다. 점증하는 대외무역에도 불구하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월가의 신경질적 반응이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환율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97,98년 아시아의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가 경험했던 외환위기 때처럼 미국이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

외채가 있긴 하지만 미국 경제규모에 비춰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모든 외채는 달러화가 아닌가(주:미국이 외채부담을 정 못 견디면 달러를 찍어 갚으면 된다고 익살을 부린 것).

미국의 실물 경제는 한때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증시의 몰골은 추악했지만 세상의 끝은 아니다.

금발의 미녀(미국 경제를 뜻함)는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다. 세상의 끝이 왔다고 믿고 주식을 팔았던 사람들은 심호흡을 하고 침착할지어다.

<정리〓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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