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의구/주택건설 신고제 축소해야

  • 입력 2000년 4월 6일 20시 00분


건설교통부는 최근 반부패특별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신고만으로 신축이 가능한 주택의 신고범위를 현행 30평에서 100평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건축법시행령 개벙안을 입법예고했다.

100평(330㎡)이나 되는 주택은 대다수 국민과는 관계없는 사실상 호화주택 규모에 해당한다. 따라서 행정 간소화와 부조리의 척결을 위해 신고범위를 확대한다지만 대다수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이 아닌 호화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특수층에 특혜를 주는 데 불과한 것으로 국민정서와 사회정의에 어긋난다.

또 행정절차상 신고제가 허가제보다 간편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실제 우리의 건축민원행정 풍토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나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건축물은 일단 위법이 발생한 후에는 시정 조치하기가 어렵고 조치를 취하더라도 국민의 재산적 손실을 감수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바로잡으려면 전문지식과 관련정보가 부족한 읍면동사무소에서는 현장조사 및 토지이용, 도로 등 관련계획과 수도 가스 소방 하수 등 관련법 사항 확인을 위해 시군구청과 사전 협의하여 위법 부당한 사항이 없는 경우에 신고수리를 하게될 것이다. 결국 신고 단계에서 공무원의 자의적 처리범위만 늘어나 오히려 부조리의 개연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 시군구에서 건축사의 조사확인서에 의거해 허가하던 것을 해당 읍면동에 건축신고업무를 위임하여 처리하게 됨으로써 비전문직 공무원에 의한 행정처리로 민원처리 지연과 인력낭비의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다.

이밖에도 신고대상 건축물은 제도적으로 공사감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무면허건축업자들에 의한 위법 부실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결국 국민에게 재산상의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소규모 건축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평 이하 단독주택들이 용도변경이 빈번함을 감안할 때 주택 건축 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해 사용하는 편법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특히 신고범위의 확대는 소규모 건축물들을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할 것이다. 소규모 건축물일수록 지진에 더 취약할 뿐 아니라 화재 및 안전사고 역시 빈번한 실정에서 제도권의 무관심 및 관리부재는 위험 부실 건축물 양산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20년도 안된 건축물의 재건축을 부추겨 국가차원의 자원낭비와 폐자재로 인한 환경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건축법시행령의 주택 신고범위 확대는 건축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건축법에서는 신고의 위임범위를 농어민용 소규모 주택 으로 규정하고 있고, 건축법의 건축물 증개축 신고범위, 주택건설촉진법상 국민주택 규모, 특정건축물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적용규모가 85㎡(25.7평)임을 감안할 때 330㎡(100평)는 위임의 범위를 넘는 것이기 때문에 무효인 것이다.

정부가 부패를 척결할 의지가 있다면 불법 부실 부패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많은 신고범위 확대가 아니라 오리려 이를 대폭 축소 조정하되 권한과 책임이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건축행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작년에도 85㎡이하의 소규모 불법건축물을 양성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언제까지 이러한 악습을 계속할 것인가? 더 이상의 시대착오적 탁상행정으로 인해 국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가 진정한 부패 척결의 의지가 있다면 이번 주택 신고범위 확대 방침을 철회하고 신고 범위를 축소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이의구(대한건축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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