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실크 로드와 한국 문화/한국에 어떤 영향?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실크 로드와 한국 문화/국제한국학회 엮음/소나무▼

“한국의 문화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 문화는 어디에서 흘러와 이 땅에 자리잡은 것인가. 우리는 예로부터 한자문화권의 중심인 중국과 밀접한 교섭을 했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나라들과도 깊은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문화선진국이었던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나머지 그밖의 다른 문화권에 대해 균형 있게 이해하거나 연구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비교문화와 지역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국제한국학회는 한국학의 폐쇄성을 탈피하고 진정한 의미의 개방적 한국학을 정립하기 위해 우리 문화의 원류를 좇아 비교 검토하는 공동 작업을 시도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개성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위해 주변 문화권과의 교섭 및 변용 과정을 연구한다. 특히 이들은 이른바 실크 로드를 중심으로 한 북방 문화의 유입과 영향이 적어도 우리 문화 형성 초기에는 가히 절대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이화여대 최준식교수는 “개인적으로 이 방면을 공부하면서 놀란 적이 한두번 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씨름이나 굴렁쇠 등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많은 경우 북방 루트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민병훈 학예연구관은 실크 로드, 스텝 루트, 오아시스 루트, 바닷길 등 다변적인 통로를 따르며 그야말로 문화교류의 통로를 망라해 검토하고 있다.

중앙대 전인평교수는 우리음악과 인도음악을 비교하며 인도음악이 아시아 음악의 뿌리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 외에도 각 방면의 학자들은 몽골 연구나 음식 복식 무용 유리 등에 관한 연구를 통해 많은 문화교류현상을 분석했다. 동남아국가들과의 문화교류도 적지 않았음을 밝힌 서강대 조흥국교수의 글도 관심을 끈다.

우리 학계에서 문화교섭에 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다양한 문화가 점점 더 활발하게 소통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문화가 건전하게 육성되려면, 우리와 긴밀한 관계에 있었던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어떻게 교류해 왔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455쪽 3만원.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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