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總統(총통)

  • 입력 2000년 3월 30일 20시 44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어의 유래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한자의 종주국인 중국이다. 고대의 제도나 윤리, 역사 용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는 일본이다. 19세기 후반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때 서양문물을 수입하면서 당시 漢學者(한학자)들이 한자어로 번역한 결과 현재 우리가 아는 학술 용어 대부분이 그들이 만든 것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原子(원자) 方程式(방정식) 半導體(반도체) 등 수없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용어들이 중국에까지 역수출돼 그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마지막 하나는 우리식 한자어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그 때 그 때 필요한 단어를 만들어 냈다. 아니 새로운 한자까지 만들었는데 ‘논’을 뜻하는 畓(답)자가 대표적인 예다.

‘總統’은 중국말로서 ‘대통령’과 같은 뜻이다. 그래서 클린턴을 중국 사람들은 ‘미국 總統 클린턴’이라고 한다. 자연히 대통령중심제를 두고 ‘總統制’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總統’이 주는 인상은 그리 좋지 않다. 히틀러나 스페인의 프랑코 때문인지 어딘가 ‘독재자’라는 느낌을 준다.

본디 ‘總括(총괄)하여 統理(통리)한다’는 뜻으로 삼부 정승을 두고 한 말이었다. 淸나라 때는 근위병 등 특수부대의 지휘관을 지칭하기도 했다.

1911년 10월 10일 孫文(손문)이 辛亥革命(신해혁명)을 통해 淸나라를 뒤엎고 三民主義에 입각한 中華民國(중화민국)을 세우면서 大總統에 취임했다. 그러니까 현재의 總統은 大總統이 줄어서 된 말이라고 하겠다. 얼마 전 臺灣(대만)에서 總統선거가 있었다. 우리의 大統領선거로 보면 된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