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라의 미각시대]국가 공인 기능장 佛 'M.O.F.'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프랑스의 국가 최고 기능장. 프랑스에서는 ‘Meilleur Ouvrier de France‘의 단어 첫자만 따 M.O.F.라 부른다. 유난히 음식에 관심많은 프랑스인들은 가문의 영광이라 할 만큼 대단하게 생각하는 칭호다.

하얀 조리사복을 입고 수십명이 분주히 일하는 주방에서도 누가 M.O.F.인지 금새 알아볼수 있다. 분주한 손놀림속에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파랑 하양 빨강의 삼색선을 흰 조리복의 목깃에 두른 이가 바로 M.O.F.다.

M.O.F.를 뽑는 대회는 3년마다 치러지는데 올해가 바로 그 해다. 프랑스사람만 출전할 수 있다. 요리에 관한 프랑스인들의 콧대높은 자존심 때문이다.

우선 프랑스 각 시도에서 예선전을 거친 조리사들 600명이 파리 소르본느대학 앞 광장에 모여 1차 필기시험을 본다. 600개의 문제 중 한 문제를 뽑아 주관식으로 치른다.

여기서 60명을 뽑아 2주 후 2차 실기 시험에 들어간다. 그날 처음 받아든 식재료를 가지고 곧바로 정해진 시간내에 완성된 음식을 완벽하게 접시에 담아내야 한다. 이때 심사위원들이 주목하는 건 정확한 지식을 갖고 식자재를 다루는지와 얼마나 장인답고 정교하게 칼을 부리는지다.

그로부터 약 40일 후, 가장 어려운 관문인 3차 시험이 펼쳐진다. 5월 알사스 지방에서 열린다. 맛은 물론이고 세상에 한번도 선보이지 않은 요리사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심사위원들이 주목한다. 식자재를 도구삼아 접시라는 캔버스 위에 오르는 음식들은 비록 먹어서 금방 없어지는 순간의 예술품이지만 심사위원들은 와인을 마셔가며 요리 하나하나의 깊은 맛을 즐긴다.

두달에 걸쳐 시험이 끝나면 약13∼15명이 최종 합격자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최후 승자는 다음날부터 삼색줄 선명한 목깃의 새 조리복을 입고 장인으로서 존경을 한몸에 받는 대신, 낙방의 쓴 고배를 마신 이들은 실망도 뒤로 한채 곧바로 M.O.F.재수생으로 들어간다.

송희라(요리평론가) hira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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