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대하사극 '왕과 비' 연산군 축출로 대단원

  • 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KBS1 대하사극 ‘왕과 비’(토일 밤10·00)가 26일 186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용의 눈물’ 후속으로 1998년 6월 첫방송된 ‘왕과 비’는 당시 방송가를 강타한 IMF 한파로 사극 특유의 물량을 지원받지 못한데다 드라마 주제가도 그대로 이어받는 등 ‘용의 눈물’의 그늘을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제작진은 초 중반부의 핵심 스토리인 수양대군(임동진 분)의 집권 과정에 집중하다 ‘계유정난’의 일부를 미화한다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왕과 비’는 지난해 중반 세조가 죽고 그의 며느리이자 정권욕의 화신(化身)인 인수대비(채시라)가 드라마의 전면에 나서면서 시청률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대하사극을 여인네들의 궁중암투로 ‘격하’시켰다는 지적은 계속됐지만 희멀건 눈을 부라리며 “고얀 것!”을 외치는 채시라에게서 제작진은 ‘용의 눈물’의 유동근이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건져냈다. 그만큼 ‘왕과 비’는 ‘철녀(鐵女)’ 채시라의 드라마였다.

여기에 지난해 중반 이후 등장한 폐비 윤씨(김성령)는 채시라의 ‘독종 연기’에 기름을 부었고,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고급 옷로비 사건’ 여인들의 ‘다툼’과 맞물려 시청률은 35% 이상으로 치솟았다. 막판 채시라와 손자 연산군(안재모)의 정권 다툼은 ‘패륜’으로 치달을 만큼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다.

2년 가까이 방영된 만큼 ‘왕과 비’가 남긴 물리적 기록도 풍성하다. 세종부터 중종까지 드라마 사상 최다인 여덟 명의 왕이 등장했고 출연 인원은 8370명, 초반부에 집중된 엑스트라는 1만 8000여명이 동원됐다. 25, 26일 방송에서는 유자광 등이 ‘실성’한 연산군을 폐하고 진성대군(중종)을 옹립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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