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돼지복제와 인간의 삶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인류 과학기술은 어디가 끝일까. 발전속도는 눈이 부시게 빠르고 진폭 또한 엄청나다. 특히 생명공학부문에서의 발달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복제양 탄생 성공, 유전자 조작 농축산물 유통, 에이즈극복 백신 개발, 인체 유전자지도 해독, 인공장기 개발 등의 뉴스가 숨가쁘게 쏟아져 나오는 오늘이다.

어제만 해도 두가지 과학기사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복제양을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제휴회사인 PPL세러퓨틱스사가 세계최초로 복제 암퇘지 5마리를 생산했다는 것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연구결과를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두개의 과학기사가 언론에 크게 취급된 이유는 이들이 여느 것과는 달리 우리의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 생명공학기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복제돼지의 생산은 동물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른바 이종이식(異種移植)기술의 시대가 곧 열린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돼지 인공복제가 과학의 개가로까지 불리는 이유는 지금까지 복제에 성공한 동물 중 이종이식에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에 따른 것이다. 돼지의 간 심장 신장 등은 인간의 장기와 크기나 특성이 비슷하고 또 이식시 거부반응이 가장 적다는 것이다. 남은 문제는 인체 거부반응이 없는 장기를 가진 개량돼지를 만들면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장기 부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환자는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정상이 인체 유전자지도의 자료가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두 정상의 발표는 독자적으로 유전자지도를 연구해 온, 자료 공유를 꺼리는 민간기업에 대한 압박용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암 치매 정신질환 등 난치병의 연구는 곧 완성될 유전자지도가 연구 토대가 되리란 점에서 인간게놈 정보의 공유는 인간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과학기사는 우리에게 경고도 주고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돼지 인공복제 성공은 곧 영장류의 복제로 이어질 것이고, 과학은 인간 복제의 유혹에도 시달릴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두 정상의 발표도 유전자연구는 유전자조작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 이기도 하다. 인간복제나 유전자조작이 함부로 이뤄진다면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떤 혼란스러운 일이 생길지 모른다. 생명공학의 연구는 지속돼야 하지만 인간은 신(神)의 영역을 넘보기 전에 인류가 추구하는 참다운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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