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채우고…고치고… 시범경기는 전력점검전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각 팀의 전력을 점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그러나 정규시즌 성적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시범경기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87년과 93년 해태, 92년 롯데, 지난해 한화의 네 차례 뿐.

85년 삼미와 97년 롯데는 시범경기 1위에 올랐지만 페넌트레이스에선 꼴찌로 처졌다. 83년 OB, 89년 MBC, 90년 태평양, 91년 쌍방울은 정규시즌에선 겨우 꼴찌를 면하는데 그쳤다.

반면 84년 롯데와 88, 96년 해태는 시범경기 꼴찌였음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개인 성적 역시 마찬가지. 91년과 92년에는 열성팬들조차 생소한 유충돌(롯데)과 김홍기(태평양)가 시범경기 홈런왕에 올라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들은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시범경기를 맞는 선수들의 자세가 다르기 때문. 주전 선수들은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차원. 반면 후보선수들은 이를 통해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려고 이를 악물었던 결과로 풀이된다.

팀성적 역시 상위팀들은 시범경기에서 취약 부문을 최종 점검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지만 하위팀들은 ‘이기는 야구’에 치중한 때문이다.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현대의 시범경기. 전날 국내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3억1000만원에 연봉 재계약을 했던 ‘연봉 킹’ 정민태(현대)가 1회 안타와 연속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은 뒤 결국 2회까지 2실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이 된다.

경기전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던 정민태는 직구 최고구 속이 148㎞까지 나왔지만 모두 40개의 투구중 직구는 19개에 그친 반면 슬라이더 9개, 싱커 8개,체인지업 3개, 커브 1개를 던지며 찬찬히 구위를 시험했다. 롯데가 7-6으로 승리.

대구경기에선 삼성이 LG에 1-0으로 이겨 2연승을 달렸고 광주경기에선 해태가 한화에 4-3으로 승리했다.

<부산〓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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