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文知社 경영일선 퇴임 김병익씨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문학과지성사의 김병익(62) 대표가 18일 열리는 주총에서 퇴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는 고(故) 김현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등 이른바 ‘4K’와 함께 1970년 계간 ‘문학과 지성’을 창간해 75년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가 설립되면서 대표로 취임했다. 그의 퇴임은 4K로 대표돼 온 문지 1세대의 일선후퇴인 동시에, 우리나라 출판 풍토에서 드물게 설립 1세대가 전문 경영진에게 경영권을 인계하는 의미깊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병익대표를 만나 퇴임을 맞는 감회와 ‘문지 30년’의 의의, 최근 문학계 풍토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보았다.

-30년이 가진 무게가 사뭇 남다릅니다. 그동안 ‘문학과 지성’이 걸어온 길을 평하신다면….

“1966년 창간된 ‘창작과 비평’과 함께 ‘문지’는 한국 문화계의 두 축을 이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창비가 참여와 평등의 논점에 기울어져 있었다면 창간 당시 문지는 자유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순수문학에 관심을 기울였지요. 7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가장 풍부한 자산은 문지가 보유하고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각 일간지 신춘문예 평론부문당선작이 다룬 작품의 70%가 문지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서도 확인되는 일입니다.”

-25년간 운영한 회사를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결단이 쉽지 않았을 듯싶습니다.

“문학과지성사는 동인들이 힘을 합쳐 출범시킨 회사입니다. 동인의 자녀들도 있으니 이들에게 경영권을 줄 수도 있겠지만, 문학적 후배들에게 경영을 넘겨주는 것이 더욱 믿음직하게 여겨졌습니다.”

-앞으로 문학과지성사는 어떻게 운영됩니까.

“18일 주총이 열려야 결과가 나옵니다만, 채호기 현 상무 겸 주간이 대표로 취임하고 정과리 홍정선 성민엽씨 등이 함께 의논해 회사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이들은 80년 신군부에 의한 ‘문학과 지성’ 폐간 이후 문지의 어려운 시기에 합류했고 88년 ‘문학과 사회’ 창간을 주도한 세대입니다.”

-2000년에 새로운 세대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두셨는지요.

“94년에 문지는 주식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었고 3년 대표임기 두 번을 지냈습니다. 이미 6년 전에 경영권을 인계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갖춘 셈이죠. 이미 세상은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20세기적 인간입니다. 열심히 배우고는 있지만 문화적 변화를 끝까지 따라갈 수 없습니다.

-디지털 세대를 거론하셨습니다만, 최근 기술문명의 빠른 진보와 함께 문학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문화 자체가 문자미디어에서 영상미디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문학의 위상은 변두리로 몰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중세시대에 인쇄술이 등장하면서 문학의 위치와 성격 등이 송두리째 바뀐 것처럼, 컴퓨터 기술이 문학을 바꾸어나가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퇴임한 뒤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경영자로서의 일을 그만두는 것이지 문학에 대한 관심을 단숨에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만 계획으로부터도 해방되고 싶습니다. 최소한 몇 달 동안은 모든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합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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