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가난한 예술’이었던 공연계가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오죽하면 연극배우들이 자신들의 공연활동을 공공근로사업으로 인정해 정부에서 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나섰을까.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국 순회공연을 마련해 연극배우들을 지원한 사례를 들면서 말이다. 불황의 영향은 가장 먼저, 활황의 혜택은 맨 나중에 미치는 곳이 문화계다. 그러고 보면 아직 경기회복의 여파가 ‘윗목’까지 도달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문화계의 최근 불황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석이 흥미롭다. 우리 문화의 주 소비층은 다름아닌 10대와 20대들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고 또 PC통신에 가입해 있다. 이들이 이런저런 통신요금으로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은 대략 4만∼5만원이나 된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용돈으로는 꽤 부담스러운 액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필수’에 해당하는 통신요금을 줄일 수는 없고 대신에 책을 산다든지 음반을 구매하는 등의 문화비 지출을 억제한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 시대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이같은 분석을 통해 우리는 이미 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문화계로서는 한숨만 내쉬고 있을 때는 아니다. 10대, 20대를 상대로 한 종전의 마케팅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과 계층으로 대상을 넓혀야 한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새 상품도 개발해 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신세대의 얄팍한 주머니에 매달려온 왜곡된 문화 유통구조에서 탈피해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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