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한빛-조흥-외환銀 '살아남기' 비상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21분


한빛 조흥 외환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2000년을 ‘살아남기의 해’로 정하고 비상 생존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 은행의 공통점은 작년 대우사태로 인해 엄청난 부실을 떠맡으면서 주가가 3000∼4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는 점. 액면가인 5000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고객들의 예금이탈은 물론 2차 은행구조조정 과정에서 흡수 합병될 처지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은행 경영진은 주가를 올릴 묘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대우충격 손실 막대

▽절박한 속사정〓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경기회복으로 대출수요가 급증한데다 증시 호황으로 유가증권 투자에서도 재미를 봐 1000억∼4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은행권의 맏형격인 3개 은행은 예외. 영업이익 면에서는 3개은행이 모두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냈지만 대우 계열사에 떼인 돈이 불어난데다 새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는 바람에 △한빛 2조500억원 △조흥 5300억원 △외환 44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점 수가 가장 많고(한빛) 가장 먼저 설립됐으며(조흥) 외환관련 비중이 가장 큰(외환) 은행의 경영성적표치고는 참담한 수준.

◆소매금융등 특화

▽강점을 극대화한다〓은행들은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전력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기보다는 그동안의 영업을 통해 확보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빛은행은 보유 자산과 지점 수 등이 은행권 최대라는 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 한빛은행의 지점수는 700여개로 웬만한 후발 시중은행의 3배를 넘으며 57개 대기업 계열중 24개 계열과 주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전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지점망을 내세워 은행거래의 편리성을 부각시키면서 가계금융에 치중하는 다른 은행과는 달리 기업금융의 비중도 꾸준히 늘릴 방침.

이수길(李洙吉)부행장은 “워크아웃 기업들이 회생에 성공하면 오히려 이익을 낼 여지가 커진다”며 “목표는 상반기중 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주가를 1만2000원대로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소매금융 분야의 고객기반이 확고해 요구불예금과 법원 공탁금 등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이 많은 게 특징. 이에 따라 은행의 최대수익원인 예대마진이 5%대에 달해 다른 시중은행보다 최고 3%포인트 가량 높다.

외환은행의 경우 환전 송금 수출환어음결제 등 외환업무의 시장점유율이 22%로 은행권 부동의 선두라는 특성을 충분히 살리기로 했다. 외환관련 서비스를 특화하면 중소 무역업체와 부유층 개인고객을 고정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흥과 외환은행은 올해 5000억∼7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연말 주가를 각각 1만5000원선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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