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신춘문예의 여성파워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21분


신문마다 일제히 신춘문예 당선자를 발표했다. 올해 역시 여성당선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중편소설과 단편소설, 시 부문 당선자가 모두 여성이다. 신춘문예에서 여성 강세는 90년대 이후 흔들림 없이 지속되고 있다. 신춘문예가 작가들의 등단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문단의 판도까지 점칠 수 있다. 여성작가가 많이 배출됐으므로 그만큼 여성파워가 거세지리라는 전망이다.

벌써 베스트셀러 작가대열에는 여성 진출이 눈부시다. 은희경 전경린 등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소설 분야가 대표적이다. TV드라마는 오래전부터 여성작가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우선 독자취향의 변화라는 시각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 현실참여적인 문학이 퇴조하고 인간 내면을 다룬 감성적인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작가를 비교한다면 현대인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는 아무래도 여성쪽이 강하기 때문에 여성작가들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세기가 감수성과 창의력을 지닌 사람들이 인정받는 세계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는 남녀 관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여성학자들은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향후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사회진출도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물리적인 힘이면 몰라도 감수성 창의력을 다투는 경쟁에서 여성들이 남성에 결코 뒤질 게 없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보면 신춘문예의 여성파워를 놓고 그런 현상이 미리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문학 분야에서 일어난 것만으로, 특히 짧은 기간에 빚어진 현상만을 근거로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시각도 있다. 남성작가들이 내면심리 묘사에 있어 여성보다 못하다는 것은 느낌일 뿐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신춘문예의 경우 응모자 중에 여자가 많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쟁은 지루하고 소모적일 뿐이다. 그보다는 남녀가 결국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인식을 하루빨리 정착시키는 게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

홍찬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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