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문화의 21세기는?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내년은 문화관광부가 정한 ‘새로운 예술의 해’이다. 엊그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전체적인 행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먼저 ‘새로운 예술’은 컴퓨터 디지털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예술과 실험적인 예술, 환경친화적인 예술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내년 한해 연중행사로 여러가지 사업을 벌인다는 설명이다.

새 밀레니엄의 문을 여는 2000년을 ‘새로운 예술의 해’로 정한 것은 참신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문화관광부는 해마다 한가지 장르를 정해 관련 행사를 집중적으로 개최하는 ‘문화의 해’사업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는 성공적인 해도 있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해도 있었다. 이번 ‘새로운 예술의 해’의 경우 세계적으로 예술의 형태와 양식이 크게 변하는 추세이고 문화에 대한 국민 관심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도 시기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행사 내용이 기대만큼 충실할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예술’은 아직까지 문화의 주류(主流)는 아닐지라도 다양성 차원에서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시도되어야 할 분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 분야에 내세울 만한 예술가들이 별로 없다. 따라서 행사가 자칫 선진국 것을 본뜨거나 외국의 첨단 예술가에게 국내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새로운 예술’이 성장하지 못하는 국내 토양의 척박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예술은 창의성과 다양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우리 예술계는 전반적으로 폐쇄적이고 경직된 풍토로 인해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꽃피어날 여지가 좁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새로운 예술가’의 부재(不在)현상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문화계가 과연 21세기를 맞을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게 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일컬어진다. 우리 문화도 앞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문화의 현실은 어떤가. 적응력과 유연성을 갖고 있기보다는 외부 변화에 둔감한 편이다. 창의력을 배양하기보다는 외국 것 베끼기에 급급하며 예술적 인간적 가치보다는 감각적이고 상업적 가치에 매달려 있다. 문화자체보다는 ‘이벤트’와 ‘사업’에 더 정신이 쏠려있다. ‘새로운 예술의 해’행사는 이런 국내 문화여건과 관계없이 스케줄대로 진행이 될 터이지만 이와 별도로 새해에는 우리 문화계 전체가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고심하는 자세로 접근하는 한편 자기쇄신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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