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생동물과 함께 겨울을

  • 입력 1999년 12월 7일 19시 48분


야생동물로 만든 음식물을 사먹거나 건강원 등에서 추출가공식품을 사다 적발된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된다. 환경부는 야생동물 수요자들에게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지난주 밝혔다. 야생동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한겨울을 앞두고 나온 이같은 방침은 경고나 주의환기 면에서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야생동물이 보신용으로 쓰이는 곳도 없을 것이다. 97년 미국 환경단체들은 미국에서 적발된 곰 밀렵의 90%가 한국인의 소행이라며 미국 행정부에 무역제재를 요청했었다. 또 관광객이 동남아를 휩쓸며 웅담이나 뱀쓸개를 싹쓸이해 ‘보신관광’이란 지탄을 받았었다. 국내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일도 있다. 지난해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 37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낙동강변 모래밭에서 농약이 묻은 볍씨가 발견됐고, 죽은 두루미중 한마리는 일본 조류연구소에서 관리하던 두루미였다. 최근에는 사향노루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는 나라에서 사향을 수입한다 해서 아시아동물재단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생물종은 동물 1만8029종과 식물 8271종을 포함해 모두 2만9828종인 것으로 나타난다. 미확인 종까지 합하면 5만∼6만종에 이르지만 해마다 250∼300종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 중 환경부가 지정해 보호하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은 43종, 보호 야생동식물은 151종이다. 멸종위기 및 보호 동식물을 불법 포획하거나 채취하다 적발된 사람에게는 일반 야생동물의 밀렵꾼보다 벌이 무겁다. 5년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러한 강력한 법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밀렵은 그치지 않아 지난해에도 194건이나 적발됐다.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야생동물의 겨우살이용 먹이인 밤 도토리 등 산열매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때문에 야생동물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떼죽음을 당하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인가를 찾을 멧돼지 고라니 등의 밀렵가능성도 다른해보다 높다. 한밤중 서치라이트를 이용하거나 길목에 올무나 덫을 놓은 밀렵꾼뿐만 아니라, 농작수확물 피해를 걱정하는 주민의 마구잡이식 남획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렵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야생동물 사랑’, 넓게는 자연을 아끼는 마음이 널리 퍼져야 한다.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인근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올무나 덫을 제거하고, 겨우살이 먹이를 산속에 공급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실적으로는 당국이 겨울철만이라도 전문감시요원을 대폭 증원해 밀렵을 사전에 차단하고 단속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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