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을 주시한다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8시 51분


바로 전직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그리고 며칠전까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청와대 전법무비서관을 수사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수사는 6개월전 옷로비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론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이니 어찌 참담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는 누구 탓도 아닌, 바로 검찰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업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국민의 눈은 다시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국가기관의 기밀문서를 사적(私的)으로 유출한 김태정(金泰政) 박주선(朴柱宣)씨는 그 죄질로 보아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시민단체들은 아예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검찰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극에 달해 있는 것이다. 그 불신의 제도적 표현이 바로 특별검사제의 도입이다. 그러나 기존의 ‘보통검찰’도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두사람에 대한 수사는 검찰을 위해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다.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기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번에도 검찰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수사를 미적거리거나 조금이라도 뭔가를 숨기려 한다면 검찰은 더 이상 존재의미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특히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은 배정숙씨측이 공개한 ‘사직동팀의 최초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의 정확한 출처다. 박전비서관은 동아일보가 입수해 단독보도한 최종보고서에 대해서는 사직동팀 문건임을 시인했으나 배씨측이 내놓은 문건은 계속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문건의 형식이나 표현, 약물(문장기호) 등으로 볼 때 최종보고서와 유사한 점이 많아 이것도 사직동팀 문건일 가능성이 높다. 이 문건 역시 사직동팀이 만든 것으로 드러난다면 박전비서관이 내사착수 이전에 김전총장 부부에게 첩보내용을 알려줘 축소은폐를 유도한 셈이 된다.

또한 특검팀에 의해 엉터리 수사로 밝혀진 지난 5월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책임문제를 따져야 한다. 당시 법무장관 부인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검찰 수사팀이 의도적으로 ‘짜맞추기’한 것은 아닌지가 규명돼야 한다. 특검팀 수사결과도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축소은폐 혐의가 드러난다면 수사팀에 대해서도 응분의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옷사건의 총체적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현행 특검법의 맹점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특검팀은 라스포사 주인 정일순씨에 대한 수사로 진실규명의 전기를 마련하고도 ‘로비의혹’에 한정된 수사범위와 최대 60일간으로 정해진 수사기간 때문에 난관에 부닥쳐 있다.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게 한 것도 문제다. 이것들을 하루 빨리 고쳐 특검팀이 위증 축소은폐 등 총체적 진실을 캐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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