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경희의료원 중풍센터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바람은 자연스러운 기상현상의 하나. 하지만 매서운 태풍은 몇 백년된 나무라도 뿌리채 뽑아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 멀쩡해 보이는 이가 갑자기 ‘바람을 맞아’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가 있는데….

◇25년간 23만명 치료◇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의식 운동 언어장애를 가져 오는 질병을 한의학에서는 중풍(中風)이라 부른다. 생명을 잃거나 정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중풍센터(소장 김영석 한방2내과교수)에서는 가끔 ‘기적’이 목격된다.

28살 때부터 가벼운 중풍이 찾아오기 시작, 그동안 세차례나 바람을 맞은 김모씨(33)는 최근 네 번째 이 병이 생기자 경희의료원을 찾았다.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서 2개월. 가족들은 장지(葬地)를 알아보는 등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김씨는 3개월 만에 걸어서 병원문을 나섰다. 가끔씩 허벅지가 저려오는 증상 외에 후유증은 남지 않았다.

경희의료원 중풍센터가 유명해진 것은 양·한방 협진체제 덕분. 74년 5월 18일, 문을 열면서 부터 양의(洋醫)와 한의(韓醫)가 손을 잡았다.

뇌졸중 뇌출혈로 쓰러진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먼저 양의들이 달려든다. 발병후 3일∼2주의 ‘급성기’에는 일단 목숨을 살리는 게 우선.

◇중환자 석달만에 걸어◇

그다음은 한의들이 기(氣)를 불어 넣는다. 1∼2개월의 안정기 동안 망가진 기 순환을 얼마나 정상으로 돌려 놓느냐가 후유증의 정도를 좌우한다. 뇌와 관련된 기혈 중 막힌 곳을 찾아 머리카락 굵기의 호침(毫鍼) 10∼20개를 꽂아 막힌 기를 푼다.

크고 작은 중풍때문에 경희의료원을 찾은 환자는 25년간 줄잡아 23만여명. 매년 1000여명이 급성기를 지나서 입원을 한다. 그러나 일단 급성기를 맞은 환자 중 정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은 약 10%. 80%정도는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후유증이 남고 10%는 세상을 뜬다. 따라서 급성기를 맞기 전, 중풍 초기에 병원을 찾을수록 치유확률이 높다.

경희의료원의 양한방협진체제는 중풍환자들의 후유정도를 최소화 하는데 힘을 발휘한다. 일단 급성기만 넘기면 10명 중 9명은 입원 1,2개월 뒤 혼자 걸어서 병원문을 나선다.

▼예방이 곧 치료▼

김교수는 “중풍이 생기는데는 총알과 방아쇠가 둘다 필요하다”고 설명.

◇최근 젊은 환자 증가◇

그가 말하는 ‘총알’이란 본인이나 부모 직계가족 중에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고지혈증이 있거나 몸의 뜨거운 기운과 찬기운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 뜨거운 기운의 중심인 심장과 찬 기운의 중심인 콩팥이 함께 건강해서 위 아래, 차고 뜨거움의 균형이 맞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은 쉽게 풍을 맞는다.

‘방아쇠’는 스트레스 과로 과음 흡연 등. 김교수는 “총알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방아쇠마저 당기면 10∼15년 후 총알(중풍)은 나가게 돼 있다”며 “그런데 요즘은 ‘젊은’ 환자가 늘고 있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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