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가로등 격등제 안전운행 위협”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8시 43분


비가 내린 9일 오후 11시경 서울 동부간선도로. 회사원 이모씨(42·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차선이 제대로 안보이는 어두운 상황에서 운전하다 뒤에서 오던 승합차와 부딪칠 뻔했다.

▼빗길-늦은 밤 조마조마▼

이씨는 “가로등이 한등 건너 하나씩 켜져 있는데다 비가 오니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웠다”며 “밤 늦게 동부간선도로를 탈 때마다 사고가 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의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는 불꺼진 가로등이 많아 안전운행에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관리지침에 규정된 간선도로의 가로등 밝기는 30럭스. 이는 가로등 밑에서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밝기다.

그러나 서울시는 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전력 절감을 이유로 서울시내 전체 도로의 가로등 밝기를 30럭스에서 15럭스로 낮추면서 격등제를 실시하고 있다.

▼도로밝기 15럭스로 낮춰▼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등 전력사용을 줄여 연간 16억원 정도의 예산이 절약된다”며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30럭스로 원상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격등제 자체에 안전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운전자가 가로등이 켜져 있는 곳과 꺼져 있는 곳을 반복해 지나가게 되면 가로등이 꺼져 있는 도로 주변은 전체적으로 어두울 때보다 더 안보인다는 것.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在勳)박사는 “짧은 시간내에 반복해서 여러 차례 밝기가 변화하면 눈의 동공 조절이 제대로 안돼 운전자의 시야가 어두워지고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는 현상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차량이 줄어 들면서 고속운행을 하는 차량이 많은 심야에는 차량 전조등의 간접조명 효과가 적어져 가로등이 저녁시간보다 더 밝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저녁시간에만 실시해야▼

심야에는 전력이 남아 돌아 전체 가로등을 켜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격등제는 차량이 많은 저녁시간에만 실시해야 사고예방과 전력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설박사는 “도로가 어두워 발생하는 사고가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사실상 교통사고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전력절감도 중요하지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격등제를 시간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