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이 WTO에 뜨면…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8시 43분


드디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등장의 거보(巨步)를 내디뎠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 산업 통상에도 엄청난 환경변화를 예고한다. 중국은 최근 20년간 연평균 10%에 근접하는 실질성장을 실현한 가운데 고도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잠재적 경제초대국이다. 이미 홍콩을 포함해 세계 3,4위의 무역대국이자 세계 2위의 외환보유국이다. 우리에겐 미국 일본에 이은 세번째 수출시장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수출경쟁국의 하나다.

이같은 중국이 WTO 가입을 통해 세계무역체제의 본류(本流)에 공식 진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식 시장경제의 글로벌 스탠더드(세계표준)화가 촉진되고 WTO체제가 더 큰 틀로 보강되며 세계무역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은 국제정치적 발언권을 한층 높이면서 뉴라운드협상(새 다자간 무역협상) 등 경제외교 무대에서 새로운 주도국의 하나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연합(EU)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중국이 구사할 통상협상카드는 우리에게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대변신은 우리에게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제3국시장에서 중국과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할 부담도 안긴다. 중국이 WTO 가입의 대가로 수입 및 자본시장을 폭넓게 개방하면 우리는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분야의 수출도 늘리고 투자진출 확대에 따른 이익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농업분야까지 대폭적인 시장개방을 약속한 것은 우리에겐 악재다. 그렇지 않아도 뉴라운드협상 초반부터 농산물 수출국들의 집중적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뉴라운드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 편에 설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일반특혜관세 대우를 활용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차지해온 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등 세계 곳곳에서 우리 수출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수출경쟁력을 상당부분 상실했지만 그같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급부상이 던지는 득실을 면밀히 분석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주어지는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또 경쟁과는 별개로 무역협상이나 지역경제 등에서 호혜적 협력과 상호보완의 길을 더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한편 차제에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될수록 많은 국제경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개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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