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기/국민연금 바람직한 운용법

  • 입력 1999년 11월 15일 20시 04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돼 10여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연금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보험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대두됐다. 기금운용은 그동안 정부의 지나친 개입, 전문성 결여, 투명성 부재 등으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 기금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국민연금제도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하겠다.

연금기금은 연금급여에 대비해 피보험자가 미리 납부하는 보험료 수입으로 조성된다. 특히 강제성을 띠고 있는 점에서 보험료는 세금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국민연금 시행 이후 축적한 적립금 규모는 무려 54조원에 이르며 그동안 연금급여 지출을 제외한 순 운용기금은 44조원이나 된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은 경제 사회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보장은 물론 복지시설 투자,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 국민저축 경제성장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기금이다.

연금재정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기금 운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금이 수년 내에 100조원 규모로 팽창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민의 노후복지가 걸린 거대기금을 과거와 같이 정부 당국이 그때 그때 입맛에 따라 운용하는 일이 생겨서는 절대로 안된다.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있게 기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운용의 기본방침’을 정해서 그 지침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피보험자의 최대 관심사는 앞으로 연금급여를 약속받은 대로 지급받게 되는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기금을 안전하고 확실하게 운용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기금운용의 수입을 증대할 목적으로 금융시장에서 높은 수익만을 추구하다보면 높은 위험과 손실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투자전략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연금기금의 성격상 어느 정도 수익률 변동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와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연금이 적립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기금 운용수입을 연금급여에 충당해 가능한 한 보험료 부담 증가를 억제함으로써 국민연금제도의 장기적인 안정을 도모하려는 데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피보험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도록 기금의 효율적 운용과 연금 재정의 건전성 확보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자주적 운용이 확립돼야 하며 책임관리 체제를 명료하게 확립해 기금운용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정보 공개와 투명성 확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기금운용을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출범시킨 바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기금운용이 책임경영제로 전환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지를 국민모두가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금운용에 대한 감독과 운용성과에 대한 평가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박종기<인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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