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겸찰·정의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8시 50분


요즘 정국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이른바 ‘언론장악 음모 의혹 사건’과 ‘서경원(徐敬元)사건 재수사’를 보며 우리는 새삼스레 권력과 검찰의 역학(力學)관계란 무엇이며 그것이 정의(正義)와는 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검찰은 행정부의 한 조직이지만 공익(公益)과 사회정의를 위한 준사법기관이다. 따라서 검찰권 행사에는 사법권에 준하는‘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정권하에서 우리 검찰은 대체적으로 ‘권력의 전위대’ 혹은 ‘권력의 파수꾼’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때때로 공익이나 사회정의보다는 권력의 입맛에 맞춰 검찰권을 행사했고 그 결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시비의 대상이었다.

오늘 우리 검찰의 모습은 어떤가. ‘언론장악 음모 의혹 사건’의 본체는 이름 그대로 현 권력측의 언론장악 음모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애초부터 사건의 곁가지에 ‘축소지향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듯했고, 수사 결론 또한 ‘껍데기’에 그칠 것이란 보도다. 본체인 ‘언론장악 음모’는 가려내지 못하고 곁가지인 ‘명예훼손’만 붙잡고 있는 셈이다.

문건 작성자인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하드디스크 원본이 끝내 ‘빈깡통’으로 드러남으로써 사건관련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사건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지어서는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현정권에 돌아갈 것이다.

검찰이 서경원전의원과 국민회의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상대로 낸 고소 고발사건의 수사를 위해 이미 확정 판결까지 난 10년 전의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한 것도 석연찮은 느낌을 남기기는 매한가지다. 물론 서씨가 주장하는 고문 부문은 반인륜적 범죄의 근절 차원에서, 또 ‘명예훼손’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수사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개운치 않은 것은 서씨가 고소장을 냈을 때는 반년이 지나도록 가만 있던 검찰이 정의원의 ‘빨치산 발언’으로 국민회의가 고발하자 즉각 반응하고 나선 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야당은 ‘정형근 죽이기’라고 강력 반발하고, 한편으로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검찰권 행사가 아닌가 하는 해묵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구심을 해소시키려면 검찰이 더이상 권력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거나 영향을 받는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하나에서 열까지 상식과 법리(法理)에 맞게, 곁가지보다는 실체를 캐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결국 권력도 검찰도 살고 정의도 살아 숨쉰다. 그것이야말로 권력과 검찰과 정의의 바른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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