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言論(언론)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1분


일부 2자로 된 한자 단어를 보면 애매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봐도 똑같은 뜻의 글자를 중복시킨 것 같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文字, 齒牙(치아), 道路, 海洋 등…. 하지만 두 글자는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상의 단어들은 앞으로 차차 설명할 생각이다.

言語도 그런 部類(부류)의 하나다. 둘 다 ‘말’을 뜻하는 것 같은데 구별하라면 쉽지 않다.

물론 차이가 있다. 論語에 보면 ‘食不語, 寢不言’(식불어, 침불언)이라는 말이 보인다. 식사나 잠자리에 들면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보면 둘이 하는 말은 語, 혼자서 하는 잠꼬대 같은 말은 言이 된다. 곧 對話(대화)가 語, 獨白(독백)이 言인 것이다.

문장을 한 권의 冊으로 펴내기(모으기) 위해서는 竹簡을 차례대로 일정하게 배열해야 한다. 그래서 ‘侖’에는 ‘순서’라는 뜻도 있다. 그렇다면 論은 순서와 조리를 갖추고 있는 말(言)이 된다. 참고로 실(薩)로 순서있게 짠 것이 綸, 차(車)에 순서있게 달려 있는 것이 輪이다. 물론 사람과 사람간의 순서는 倫이 된다.

言論이라는 말은 멀리 중국의 淮南子(회남자)에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2000년은 족히 되는 말이다. 그러나 당시의 의미는 대체로 ‘말’이나 ‘의견’, ‘議論’(의론)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현대적 의미의 言論, 즉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은 대체로 17세기 중엽 영국의 국민협정을 그 효시로 보는 견해가 있으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주장되었는데 그나마 국민적 기본권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는 그 후의 일이다. 물론 여기에는 투쟁과 노력이 따랐다.

言論의 자유는 민주정치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허용범위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도 헌법에서 보장하고는 있지만 필요한 경우 법률로서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제한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요즘 특히 言論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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