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차량 LPG불허방침 파문]『개발비 날린판』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산업자원부가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7∼10인승 레저용차량(RV)의 생산을 내년부터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또 RV를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기존 고객들도 큰 혼란에 빠졌다.

21일 주요 자동차회사 영업소에는 기존계약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정부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은 문의고객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LPG를 사용하는 레저용차량의 생산이 중단되는 거냐”며 답답해했다. 대부분의 계약자들은 “LPG차를 받지 못한다면 해약하겠다”는 입장. 이처럼 소비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자동차업계는 심각한 위기감에 빠졌다.

자동차업계는 카니발 카렌스 등 RV에 LPG연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경우 내년 6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RV시장이 붕괴되고 개발비와 설비비를 고스란히 날릴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18일 출시 첫날 1만5342대의 판매계약고를 올린 현대자동차 트라제XG의 경우 주문차의 98.8%가 LPG차일 정도로 RV시장에서 LPG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현대자동차측은 트라제XG를 비롯해 싼타모 갤로퍼 스타렉스 등의 내년 매출을 당초 1조2000억원으로 잡았으나 LPG차의 생산이 중단될 경우 판매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 기아는 전체 내수판매량의 35% 가량을 카렌스 카니발 카스타의 LPG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 기아는 내년 총매출액을 10조원 이상으로 내다봤으나 RV생산이 사실상 중단되면 최소한 3조원 이상의 매출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도 7인승이 주력인 ‘레조’를 내년초 출시할 예정이나 3000억원의 개발비를 제대로 회수하지도 못할 위기에 처했다. 기아의 카니발 카렌스 역시 각각 3000억원의 개발비가 들었으며 현대 트라제XG의 개발에는 3500억원이 투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RV의 손익분기점을 30만대로 볼 때 적어도 연간 10만대씩 3년은 팔아야 투자비를 건지고 신차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생산라인의 가동중단과 인력조정도 문제.

카렌스 트라제XG 등은 생산라인의 전면 가동중단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경유 차량을 같이 생산하는 카니발도 생산이 절반 가량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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