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이 불안하다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8시 29분


학교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먼저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다. 물론 부분적인 현상이라지만 교사가 강의를 하는데도 계속 소란스럽게 떠드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수업 도중 멋대로 교실을 빠져나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IMF체제 이후 교육예산이 크게 줄면서 교육여건이 악화된 점이다. 교실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지 못해 붕괴 위험이 있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거나 학교 살림살이를 무조건 줄이고 보는 데 따른 ‘교육의 질’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수업진행이 안되는 ‘교실붕괴’ 현상은 단순히 교사와 학생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병리현상으로 시각을 넓혀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교육예산 문제는 현재와 같은 어려운 재정형편이 장기화될 경우 ‘교실붕괴’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으며 크게 본다면 국가 차원에서 ‘교육’에 투자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년도 교육예산은 정부안만을 놓고 볼 때 올해보다도 더욱 빈약한 살림살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내년도 교육예산안은 19조789억원으로 편성됐다. 교육부는 이 액수가 내년도 정부 전체예산 증가율 5%보다 높은 6.6%가 증가한 수치라고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내년에는 교원가계지원비(본봉의 250%)를 추가 지급하고 담임수당을 3만원 인상하도록 되어 있어 인건비로만 올해보다 1조6000억원이 더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내년 교육예산의 인상분은 1조17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4300억원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이 차액은 결국 학교마다 학교신설비와 학교운영비를 감축해 충당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과밀학급 해소나 학교수업환경 개선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사업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재정 확보의 또다른 불안요인은 각종 목적세를 없앤다는 취지로 정부 차원에서 교육세를 없애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점이다. 교육세 수입은 현재 전체 교육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 말에는 일부 세목이 징수시효 만료로 폐지된다.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현 단계에서 교육재정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정부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총생산(GNP) 대비 교육예산의 비율을 6%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년도 비율은 4.1%로 올해의 4.3%보다 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취약한 교육재정으로 어떻게 ‘인재’가 중심이 되는 지식기반사회인 21세기를 맞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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