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보안법 개폐논의 확산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9시 34분


국가보안법은 구시대의 마지막 유물인가, 아니면 체제수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가.

지난 51년간 체제수호의 법률적 근간이던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논의의 기폭제는 국보법의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천명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올해 8·15경축사. 김대통령은 “안보와 남북관계 개선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국가보안법을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만단체 거센 요구

시민사회단체들도 “구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고서 새천년을 맞을 수 없다”며 국보법의 전면폐지 내지 부분개정을 요구하는 등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당 등 일각에서는 국보법의 인권침해 소지를 인정하면서도 이는 법의 해석과 운용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개폐문제를 거론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논의의 확산▼

지난달 초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30여명이 국가보안법의 전면철폐를 주장하며 삭발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단식농성을 시작으로 민주노총과 전국연합 등 120여개 재야시민단체도 지난달 말 ‘국가보안법 폐지 범국민연대회의’ 발족식을 갖고 국가보안법의 전면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대회의는 ‘99서울 NGO(비정부기구)세계대회’가 시작된 11일부터 대회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앞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서명’을 받는 등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세계에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 경실련 등 115개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국가보안법반대 국민연대’도 지난달 중순 결성돼 국보법의 전면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부 독소조항만이라도 삭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북한 변해야 가능"

▼쟁점▼

개정 및 폐지를 요구하는 측은 국보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는 주장이다. 국내법뿐만 아니라 세계인권선언과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에도 반하는 반인권적인 법률이라는 것.

특히 개정요구파는 국보법의 전면폐지가 불가능할 경우 그동안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이 법의 제7조(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 등에 관한 조항)만이라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변 등에 따르면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양심수’는 지난 한 해 동안만 모두 413명. 이들 가운데 92.2%가 국보법 제7조를 적용받은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 현행 국보법을 유지하자는 측에서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보법을 포기한다면 결국 그들의 대남활동의 여지만 넓혀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논리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경남(李敬南)동화연구소장은 “국보법 안에 인권유린과 악용을 절대 불용한다는 규정은 충분히 들어가 있다”며 “문제는 법적용과 운용상 부조리이며 이는 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로 파악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박윤철기자〉yc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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