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대도시 가로수에 高毒性농약 마구 살포

  • 입력 1999년 10월 7일 19시 33분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가로수와 공원에 고독성(高毒性)농약이 마구 뿌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독성 농약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현행 법규상 가로수 등에 대한 고독성 농약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7일 본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10개 구청의 ‘99년도 가로수 병충해 방제를 위한 농약사용 명세’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8개 구청이 고독성 농약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8개구청 사용

동작구청의 경우 가로와 공원의 버즘나무에서 발생하는 방패벌레 등을 구제(驅除)한다며 올들어 수프라사이드 호리마트 등 고독성 농약을 150ℓ 살포했다. 이는 동작구에서 올해 사용한 전체 농약량의 46%에 해당하는 것이다. 중구청도 올해 가로수 등에 수프라사이드 메타유제 등 고독성 농약을 150ℓ 뿌렸다.

이밖에 용산 종로 강남 관악 광진 은평 마포구청 등도 수프라사이드 메타유제 호리마트 온콜 메소밀 등 고독성 농약을 일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규정없어 임의 구매"

한 구청 관계자는 “일반 저독성 농약을 몇번 써봤지만 병해충이 죽지 않아 고독성 농약을 쓰게 됐다”며 “사실 거의 모든 구청에서 고독성 농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흰불나방 등 병해충 구제를 위해 산림청에서 지정한 저독성 약제를 구매해 각 구청에 공급하고 있으나 구청측이 별도로 고독성 농약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

서울시 국감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1억2358만원의 예산을 들여 저독성인 디프수화제 1만1297봉, 주론수화제 1508봉, 크로르푸루아주론유제 1536병 등을 구매해 각 구청에 공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즘나무의 방패벌레 등 신종 병충해 구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지정된 농약이 없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일선 구청에서 임의로 고독성 농약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해송 느티나무 벚나무 등이 많은 해운대구의 경우 연간 3,4회 병충해 방제작업을 하면서 수프라사이드 등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과 부산의 일부 구청은 또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물과 농약의 희석 비율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인들 건강 위협"

산림청 관계자는 “가로수 등에 뿌려진 농약은 길에 떨어지거나 바람에 날리기 때문에 행인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산림청에서 권장 약제를 지정해주는 것은 사실상 고독성 농약을 쓰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7일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에서 “각 구청에서도 무궁화 산벚나무 등에서 발생하는 진딧물 등을 방제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고독성 농약을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정보·이명건기자·부산〓조용휘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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