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성인전용 영화관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2분


미국과 유럽에서는 70년대 포르노에 대한 규제를 모두 해제했다. 반면에 미성년자에게 포르노를 유통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책임을 묻는다. 제작은 마음대로지만 함부로 보여줄 수는 없다는 원칙이다. 우리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국내에서 포르노 제작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들의 경우 청소년기에 포르노를 한두번쯤 접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등급외 영화관, 즉 성인전용 영화관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논의 자체는 생산적이다. 단지 ‘야한 영화’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영상산업과 나아가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선정성 등을 이유로 등급외 판정을 받은 영화는 전용 영화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등급외 상영관이 없는 탓에 상영 기회가 막혀 있는 실정이다.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는 등급외 영화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등급외 판정’이라는 벽 때문에 영화의 상상력 창의력이 위축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산업 진흥이라는 측면에서도 성인영화 전용관이 생기면 전체적으로 영화제작 편수가 증가하게 되고 그만큼 영화종사자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명분만을 놓고 본다면 등급외 영화관은 허용하는 쪽이 가야 할 방향이다.

▽문화관광부가 등급외 영화관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을 고치려면 국회를 거쳐야 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논란의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외국의 예를 보면 성인 영화관이 초기에만 반짝 관심을 모았을 뿐 별 부작용은 없었다. 그러나 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서구와 크게 다른 우리 형편에서는 어떤 폐해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돈벌이를 위해 물불을 안가리는 상혼이 존재하는 한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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