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東티모르의 상록수부대

  • 입력 1999년 9월 29일 18시 40분


전투병과 지원병 등 400여명으로 구성된 우리병력이 곧 남태평양의 동티모르로 떠난다. 상록수부대로 명명된 부대의 선발대는 오늘 출발한다. 우리가 전투병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베트남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격심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제는 상록수부대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히 귀환토록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상록수부대는 동티모르에서 유엔의 다국적군 일원으로 현지의 치안유지와 주민 지원활동을 편다. 우리에게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국위 선양의 좋은 기회다. 부대원 모두가 개인과 국가의 명예 그리고 국제적 대의(大義)를 항상 명심하면서 임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전투병력이 파견되는 만큼 인명피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당초 전투병 파견은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한 것도 바로 그같은 이유에서였다. 인도네시아측은 우리군이 동티모르의 독립을 반대하는 민병대와 독립지지파 사이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생사를 걸고 싸우는 두 세력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따라서 한 사람도 불의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고도 완벽한 사전 대책과준비를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록수부대의 장비나 화기 그리고 현지 작전과 활동에 한치도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특히 이번 파병이 우리와 인도네시아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우리의 주요 교역대상국이다. 그곳의 우리 교민만 해도 1만5000명이 넘는다. 전투병파견을 우려했던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왕 파병이 결정돼 실행되는 마당이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그처럼 중요한 사안을 야당과는 아무런 사전 상의도 없이 ‘사후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국회를 밀어붙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당의 태도는 옳지 않다. 미리 현지 실정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근거로 보다 활발한 토론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을 수렴해야 옳았다. 국회 처리과정도 옹색하고 미숙했다. 야당도 파병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었다면 여야가 보다 신축성있는 자세로 모양좋게 파병안을 처리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떻든 이제는 국민 모두가 동티모르로 떠나는 우리 장병들의 무운을 빌어야 할 때다. 여기에는 여 야도, 찬성파도 반대파도 따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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