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건국 50년 변혁 50년]산아제한 정책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초생(超生)유격대’라는 TV코미디가 지난해 중국에서 크게 히트했다. 딸 하나를 가진 부부가 아들을 낳기 위해 ‘초과출산의 유격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여보, 아들을 낳았으면 좋겠어요.”

“한 자녀 낳기 정책이 있는데….”

“소수민족은 둘까지 허용되니까 그쪽으로 가면 되잖아요.”

부부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투르판으로 이사해 또 딸을 낳는다. 그러나 한족(漢族)임이 발각된다. 이번에는 남쪽의 하이난다오(海南島)로 건너간다. 거기서 셋째딸을 낳는다. 그러다가 공무원이 가족계획실태를 조사하러 나오자 부부는 대도시 상하이(上海)로 숨어든다….

중국이 한 자녀 낳기 정책을 실시한 것은 80년 9월부터. 55개 소수민족은 두 아이까지 허용되지만 한족은 한 자녀만 낳아야 한다. 위반자에게 처음에는 5000위안(약 70만원)의 벌금을 물렸으나 나중에는 강제로 낙태시켰다. 그래서 둘째 이상의 아이를 몰래 낳으면 호적에 올리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렇게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헤이하이쯔(黑孩子)’라 부른다. ‘헤이하이쯔’는 1500만∼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49년 공산정권 수립 당시의 중국 인구는 5억4000만명. 그 때는 ‘인구가 국력(人多力量大)’이라며 다산(多産)을 권장했다.

그 결과는 급속한 인구증가였다. 73년말 중국인구는 세계인구의 5분의 1인 8억9000만명이 됐다. 이에 놀란 당국은 바로 ‘계획생육’ 캠페인에 들어갔다. 초기에는 ‘적게 낳아 잘 키우자(少生優生)’고 하다가 80년에는 한 자녀만 낳도록 못박았다. 98년말 중국인구는 12억4800만명. 2050년까지 16억명으로 억제할 계획이다.

한 자녀 낳기 정책은 중국사회에 빛과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기성세대는 과보호에 따라 아이들이 연약해지고 자립심이 없어진다고 우려한다. ‘4·2·1 증후군’ 때문.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 4명, 부모 2명의 애정이 아이 하나에게 집중되는 현상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등하교를 부모나 조부모와 함께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샤오황디(小皇帝)’라는 응석꾸러기로 자란다. 선전(深?) 등 남방지역에서는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을 ‘사불청년(四不靑年)’이라고 부른다. 공부 일 사업 농사에 힘을 쏟지 않고 부모에게 기대 빈둥빈둥 놀고 먹는 젊은이들이다.

또 하나는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부담증가의 문제. 앞으로 상대적으로 줄어들 젊은이들이 많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다.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퇴직자 연금부담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듯이 미래의 중국은 노인부양 부담 때문에 대외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 자녀 낳기가 중국의 민주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한 자녀는 충실한 교육을 받고 개인주의가 몸에 배기 때문에 이들이 결국은 사회의 탈(脫)권위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샤오황디’ 세대가 사회의 전면에 등장할 때면 중국의 민주화는 진전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망인 것이다.

실제로 한 자녀에 대한 중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베이징 쉬안우(宣武)구에 있는 베이징소학교는 입학찬조금이 무려 5만위안(약 700만원). 1만위안(약 135만원) 이상의 찬조금을 요구하는 유치원도 허다하다. 영어과외는 중국 전역에서 당연한 일처럼 돼버렸고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과외 등도 성행한다.

“하나 더 낳았다가는 키울 여력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옌스치(顔世奇·41)는 중국경극(京劇)원의 경극배우.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부인과 함께 받는 월급이 1500위안(약 20만2000원)이지만 대부분이 외아들 양육비에 들어간다. 남편이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로버는월1000위안(약 13만5000원)도 아이의 대학학비로 저축하고 있다. “공부할 수 있는 데까지 시키겠다”는 게 부부의 결심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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