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BK21'과 서울대 개혁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요즘 대학사회에서 관심의 표적은 단연 서울대이다. 국가가 대학에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두뇌 한국(Brain Korea)21’사업에서 서울대가 ‘독식’을 한 것을 두고 ‘특혜’시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서울대를 상대로 첫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운영상 여러 난맥상이 드러났다는 보도는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BK21’사업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려면 서울대가 하나의 ‘조직’으로서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감사결과는 정반대로 서울대 내부 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감사에서 교육부의 지적 사항은 교수 채용의 무원칙과 연구비 관리 부실로 압축된다. 신임 교수를 뽑을 때 후보자의 심사 성적 순위를 단과대 인사위원회가 멋대로 뒤집어 채용했으며 연구비의 경우 교수들이 영수증과 장부도 갖추지 않은 채 집행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교수 채용 문제는 지도력 등 여러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접어두더라도 연구비의 허술한 집행과 관리, 폐쇄적인 학사편입 운영 등은 학교 곳곳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같은 감사 결과는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대학사회에서 서울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서울대로 모여들고 다른 국립대와 비교할 때도 예산 등 여러 측면에서 우월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가 대학으로서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장기간 ‘독점지위’를 유지해온 데서 비롯된 무사안일과 관료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여론도 높다. 이번 감사를 통해 세부적인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다.

서울대가 이런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개혁에 나서는 것은 ‘BK21’사업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 사업은 한마디로 ‘돈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여보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빗발치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내세운 ‘성공 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집중 지원한다’는 원칙 자체는 일정 부분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선택’을 받은 격인 서울대가 내부 개혁을 게을리 한다면 사업 성공의 보장이 없을 뿐더러 자칫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편 서울대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개혁이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로 교육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꼽고 있다. 학교에 주어진 예산 및 학사운영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교육당국은 이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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