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사람을 알아주는 美사회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23분


재미교포 2세인 대니 서(22)에 대한 미국 언론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피플지가 그를 ‘가장 아름다운 50인’ 중 한명으로 선정한 데 이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31일 ‘지구에서 가장 경이로운 22세 청년’이라고 격찬했다.

그의 성공은 기존 한인들의 아메리칸 드림과는 다르다. 탁월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도 없고 고위직에 오르지도 않았으며 엄청난 부를 쌓지도 않았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대니 서는 사회적 낙오자에 가깝다. 자신의 말에 따르면 170명 중 169번째의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했으며 대학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직업도 없다.

그런 그가 어떻게 갓 스물에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인간존엄상’을 받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지구를 구해야겠다는 어릴 때의 ‘엉뚱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를 ‘이단자’로 치부하지 않고 존중해주는 미국의 사회적 바탕이 있다.

야만적인 닭사육 현장을 보고 충격을 받아 12세 때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환경보호단체에는 2만명의 어린이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밸런타인 북스라는 출판사는 그가 환경보호 관련 책을 제안하자 선뜻 3만3000달러의 선금을 내줬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TV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쇼’는 그를 초대해 세상에 널리 알렸다. 그가 이 쇼에서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마련을 위해 30일 동안 3만 달러를 모금하겠다고 약속하자 많은 시청자들이 동참했다.

대니 서를 보면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미국이니까 그처럼 훌륭한 인물로 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