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 혹은 훔쳐보기는 영화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영화속 주인공이 관음증환자일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이중의 훔쳐보기(영화속 주인공과 관객)를 통해 성(性)의 상업화를 극대화하는 측면이 강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폴란드의 거장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19세 소년이 건너편 아파트의 30대 여성을 훔쳐보는 이야기다. 그러나 관음으로 시작됐던 ‘훔쳐보기’는 두 사람의 내면적 관계맺음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근원적 외로움이란 인간 존재에 대한 감독의 엿보기였던 것이다.
▽충북 청주의 서른살난 한 공무원이 몰래 카메라를 이용해 이웃집 여성들의 은밀한 모습을 자기 집 폐쇄회로 TV로 몰래 봐오다가 쇠고랑을 찼다고 한다. 하기야 몰래 찍어 혼자 보는 정도는 이미 뉴스도 아닌 세상이다. 몰래 카메라로 찍어 비디오로 만든 ‘몰카 비디오’가 버젓이 상품으로 유통된다. 연초 장안의 화제였던 ‘O양 비디오’이후 그 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몰래 카메라는 숨을 곳도 많다. 여관 호텔 여자화장실 탈의실은 말할 것도 없고 거리의 스티커사진부스 등 어디고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기서 찍힌 은밀한 장면들은 비디오로 제작돼 암시장에 나돌고 인터넷의 ‘포르노 사이트’에도 오른다.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은 혹시 찍히지 않으셨나요? 병든 ‘관음의 세상’이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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