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사랑 차별」자녀 가슴 못박는다

  • 입력 1999년 8월 15일 18시 44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 사례를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 가정교육분과위(735―6250)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너는 왜 매일 그 모양이니. 형 좀 본 받아라.”

“그럼 네가 누군데 그런 실수를 하겠니. 네가 말 안해도 다 안다. 보나마나 둘째가 잘못한 것이지.”

상담실을 찾아온 부모들이 이런 편애를 표출하는 사례를 종종 보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자녀에게 똑같다고 한다. 그렇지만 손가락의 길고 짧음은 있다던가. 어떤 부모들은 어떤 자녀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믿음을 보내는 반면 다른 자녀들에 대해서는 칭찬에 인색하다.

사랑을 못받는 자식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부모님의 사랑 어린 시선이 다른 형제들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사람마다 공부방식이 다른데도 누나들이 공부하던 대로 따라하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힘들고 피곤하다. 같은 잘못을 해 꾸중을 들을 때도 왠지 자기를 더 나쁘게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매를 맞을 때도 자기를 향한 매가 더 아프다고 느끼게 되면 서럽다.

자녀에 따라서는 부모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기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노력하는 자녀들도 있다. 집안 형편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도 학자금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서너개나 하기도 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꾹꾹 눌러 참으며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고 기를 쓴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를 만족시켜 줄 수 없음을 깨닫고 엉뚱한 방향으로 행동해 버리는 청소년도 있다. 얌전히 공부하는 형제들 틈에서 큰 말썽 없이 자라다가 갑자기 “오토바이를 사달라”느니, “학교를 그만두고 내 길을 가겠다”느니 하는 식으로 부모들을 놀라게 한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부모들 중에는 스스로 자식을 편애한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다가 아이의 불만을 전해듣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어처구니 없어하고 오히려 자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다.

자녀를 편애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하는 부모들도 있다. 제가 못해서 그러는 것이지 부모가 일부러 자식을 갈라 편애하겠는가?

이유가 어떠하든 자녀는 자신이 형제보다 부모 사랑을 덜 받는다고 느끼게 되면 분노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나아가 스스로를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비하하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를 대하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한 자녀를 편애하고, 특정한 자녀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 지를 스스로 점검해보도록 하자.

임은미<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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