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훈/日업체에 놀아난 '油化빅딜'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대산단지 유화빅딜을 지켜보면 답답하다.

정부가 대산단지 빅딜을 발표한 것은 1년전.그러나 유화빅딜은 아직‘원점’을 맴돌고 있다.

특히 통합법인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던 일본 미쓰이(三井)측이 투자제안서 제출을 계속 미루고 있어 그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미쓰이측은 지난해 10월 삼성 현대와 투자를 전제로 미국컨설팅업체인 ADL, SRI 등 세계적인 평가기관에 양사의 자산가치 실사를 의뢰했다. 600만달러의 거금을 들여 4개월 동안 공장설비와 재무상태 등을 꼼꼼히 평가해 나온 양사의 자산가치는 1조8000억원.

그러나 미쓰이측은 평가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올해 6월 미국 KPMG에 다시 평가를 의뢰했고 KPMG는 2주간의 ‘초단기’실사를 벌였다. KPMG가 평가한 양사의 자산가치는 1조원 수준. 거의 ‘후려쳤다’고 할 만한 수준이다.

미쓰이는 또 당초 51%의 지분투자를 하겠다는 말도 슬그머니 바꿔 25%만 출자하고 나머지는 금리도 불분명한 차관 형태로 투자할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이나마도 지난해 두차례나 정부에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딜 발표 1년이 지난 지금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조건을 내세우며 협상을 끌고 있는 미쓰이의 의도는 무엇일까. ‘헐값’에 동남아지역 영업권과 원자재 구입권등 이권을 챙길 수 있으면 투자하고 그렇지 못하면 언제든지‘발을 뺄 수 있다’는 속셈은 아닐까.

삼성이나 현대, 전경련, 정부 등 4자 모두가 미쓰이에 매달려 1년간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이훈<정보산업부>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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