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F만화 'YAHOO' 작가 윤태호씨

  • 입력 1999년 8월 8일 18시 26분


씨랜드 화재 사건, 중부지방의 물난리…. 올해도 끊임없이 대형 사고가 이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쉽게 잊혀지고, 피해자들의 분노는 가슴 속에 한(恨)으로 남는다.

“분노 조차도 할 수 없는 사회가 가장 폭력적이지요. 무엇이든 꾹꾹 눌러 참아야한다고 길들여진세상에외치고싶었습니다.”

SF만화 ‘YAHOO’의 작가 윤태호(31). 90년대의 한국을 배경으로 ‘재난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작품이다. 대형사고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불가항력적인 폭력과 분노, 재난을 겪은 개인사의 변화에 대해 치밀하게 추적한다.

기존의 SF가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면 ‘야후’는 이미 일어났던 과거로 돌아가는 과거형 SF물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김현. 건물더미에 갖혀 죽어가는 아버지를 눈앞에서 보았다. 이후 경찰이 된 김현은 삼풍사고에서 구조대로 들어갔다가 또한번 한 소녀의 죽음을 목격한뒤 무한대의 분노를 폭발한다.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성수대교 참사 등 그림 한장면 한장면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일어났던 현실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세기말적 공포를 던져준다.

이제 본격적인 테러리스트로 변모한 김현은 ‘야후’라고 불린다. 야후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 김현이 타고 질주하는 코뿔소 모양의 특수 비행체도 야후의 이미지를 닮았다. 그는 “비인간적인 무한경쟁에서 남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바로 ‘야후’들의 세계가 아닐까”라고 진지하게 되묻는다.

단행본 2권까지 나온 ‘야후’는 앞으로 만화 잡지 ‘부킹’(학산문화사)에 5년간 연재될 예정. 만화의 배경은 2002년 월드컵까지 이어진다. 그의 방에는 재난 현장을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 모아둔 보도사진 연감과 KBS영상실록 등 자료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야후’는 대재난을 그린 일본 만화 ‘드레곤 헤드’와 곧잘 비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드레곤헤드는 핵전쟁 등 미래의 공포를 그렸다면 야후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88년 허영만의 문하생으로 만화계에 입문한 윤태호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고유의 영역을 구축한 작가로 꼽히고 있다.

“우리 만화의 소재는 다양해졌지만 고유의 드라마를 잃어버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일본 풍의 스타일만을 무조건 쫓아가기 보다는 국내 선배 작가들의 작품을 제대로 재평가, 드라마의 전통을 살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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