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al]저항의식 사라진 우드스톡99

  • 입력 1999년 7월 28일 01시 49분


25일 밤 레드핫 칠리페퍼 그룹이 뉴욕주 롬에서 열린 우드스톡99의 막을 내리는 연주를 하고 있을 때 82시간 동안 음악에 흠뻑 젖었던 청중은 축제가 열렸던 장소를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우선 그들은 빈 깡통과 나무 울타리 등에 불을 붙여 거대한 모닥불을 만들고 하늘을 향해 몇 m씩이나 치솟는 불꽃 사이로 뛰어다녔다.

이 날 청중의 행동은 혁명적이기는 했지만 의미는 전혀 없었다. 30년 전의 우드스톡 축제에 참가했던 청중과는 달리 오늘날의 축제 관람객들과 공연자들은 사회체제에 도전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TV에 나가는 데에만 관심을 보였다. 청중은 공연을 녹화하고 있는 방송국 카메라가 자기들 앞에 나타날 때마다 환호성을 질러댔다.

무대에 선 가수들도 계속 TV 시청자들과 카메라를 의식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청중에게 TV 시청자들을 위해 환호성을 질러달라고 말하는 공연자도 있었다. 대중매체와 친숙한 청소년들은 온 몸에 초록색을 칠하고 탈을 쓰고 속옷만 입은 채 사진 기자들과 TV 카메라가 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우드스톡99의 의미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록그룹들을 모아 랩과 하드록을 합한 형태의 음악이 대중의 호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전국에 보여준 것이었다. 림프 비즈키트, 콘, 키드록,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등이 이런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들이다. 우드스톡99는 특히 힙합을 받아들여 다시 한 번 예전처럼 위험스러운 음악이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축제에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준 그룹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었다. 사회적인 문제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과대망상증 환자 같은 모습을 보인 림프 비즈키트와는 달리 신념이 가진 힘을 보여주었으며 사람들에게서 폭력보다는 생각을 끌어내는 음악을 연주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외쳤다.

우드스톡69와 우드스톡99는 성과 마약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99년의 풍경이 69년과 가장 가까워진 것은 공연이 모두 끝난 후였다. 스타들이 사라지고 난 후 청중은 자유롭게 서로 어울리며 쓰레기통을 뒤집어 드럼을 만들고 커다란 원형으로 둘러서서 번갈아 춤을 추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regional/072699woodstock―r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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