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재창/「新黨파동」이 남긴 것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여권의 신당창당 미수극을 지켜 본 국민들은 실로 착잡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 정권의 국정운영 능력을 믿고 따라도 될 것인지에 대해 먼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정권의 주역들에 대한 도덕적 신뢰도 반감되었다. 공동정권은 그 구조적 한계로 인해 처음부터 장래가 불투명하던 터였다. 집권이후 거듭되는 난조의 근인(根因)이 공동정권의 출범에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나 다름없다.

▼與 지도력 한계 노출▼

그런만큼 어떤 형태로든 공동정권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기 어렵고 국정 표류에 종지부를 찍을 수도 없다는 것이 현 시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다. 신당창당은 바로 이런 현실 인식을 토대로 모색된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공동정권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이런 노력이 바로 그 공동정권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좌절되었다는 것이 신당창당 불발의 본질이다. 결과적으로 공동정권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는 사실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따라서 신당창당 작업이 실패하면서 여권이 당면하게된 최대의 과제는 여권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바로 이런 불안감과 좌절감에 있다.

신당창당의 화두는 여권의 최대 주주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당창당의 과제가 여권 내부의 장애물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두분의 지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3김으로 상징되는 한국정치의 독과점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일까. 이는 아직 성급한 진단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 정치가 3김도 어쩌지를 못하는 골무에 빠져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이런 상황속에서도 3김을 대체할만한 현실 정치력이 지금의 정치권에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런 지도력의 공백상태는 이번의 창당 불발파동으로 인해 오히려 더 심화될 조짐이다. 무엇보다도 여권 지도부의 권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권 지도부의 돌파력이 한계를 보였다고 해서 이르는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파동을 통해 지도부의 도덕적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의혹과 불신, 허언과 번복, 음모와 계산, 이중 언어의 난무와 무절제한 감정의 분출, 이런 것들이 뒤엉켜 무슨 추리 소설이나 궁정 음모극을 연상케 했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 그 결과 아무도 지도부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고 아무리 합당 사실무근을 외쳐도 밀약이 없을리 없다는 의구심만 더하는 꼴이 되었다. 심지어는 창당 미수 파동이 내각제 개헌 연기를 기정사실화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풍자적 평가마져 제기되는 형편이다.

▼새 정치문화 창출을▼

아무렴 내각제로의 개헌 유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당창당 문제를 제기했겠느냐만은 결과적으로 창당 미수파동이 내각제 개헌 유보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을 잠재운 것만은 틀림이 없다. 여하튼 이런 의혹의 눈길은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이렇게 여권내부의 지도력이 표류하는 현상은 구시대의 패권적 리더십이 퇴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조타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으며 현실정치가 혼돈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공동정권의 구조적 특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정치적 지도력의 발휘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의 신당창당 미수극은 그냥 무더운 한 여름밤의 해프닝쯤으로 덮어두고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기화로 정치권에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지도력이 싹트는 계기를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당의 창당 문제를 여권은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의 공론에 부치는 일처럼 시급한 과제는 없다. 공개적이고 개방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신생정당을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새로운 정치적 지도력을 꿈꾸어 보자는 것이다. 구시대의 패러다임에 빠져있는 한 더 이상의 정치적 지도력 유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이 여권의 지도부에 전하는 교훈의 핵심이다.

박재창(숙명여대교수·의회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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