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건교부의 눈치보기

  • 입력 1999년 7월 12일 19시 25분


그린벨트제도를 가장 성공적으로 도입, 정착시킨 나라는 영국이다. 1938년 세계 최초로 그린벨트법을 제정한 영국은 현재 14개 권역 1만5667㎢를 그린벨트로 묶어 놓고 있다. 잉글랜드의 무려 12%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이다. 처음 그린벨트 지정 후 해제와 신규지정 등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70년대 이후 그린벨트는 오히려 2.25배로 넓어졌다. 지역주민들의 확대지정 요구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영국 그린벨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개방성이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토지를 개방상태로 보존함으로써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자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의 패턴을 지향하고 있다. 국토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이고 그린벨트도 다른 형태의 제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영국민들은 그린벨트 지정에 대해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다. 영국도 필요하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만 지역주민의 요구로 푸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그린벨트는 전국토의 5.4%인 5397㎢이다. 전체 면적으로는 영국의 3분의1 수준이다. 지난 71년 제도 도입 후 무려 47차례나 크고 작은 손질을 했다. 새정부 들어서는 주민 재산권 보호와 지역의 균형발전을 내세워 중소도시권역은 아예 전면해제한다는 방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구역조정안은 그린벨트의 기본틀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어 엄청난 논란과 파문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건설교통부의 눈치보기가 가관이다. 그린벨트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국토연구원이 이를 발표토록 함으로써 건교부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해제 대상지역과 해제기준 등 민감한 사안은 모두 복수안을 제시했다. 전면해제에서 제외된 지역에서도 지방정부가 부분해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겼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린벨트 구역조정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고 그런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정 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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