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도 사법절차 존중해야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27분


정치인도 사법절차는 존중해야 한다. 피소된 정치인들이 사법부를 우습게 여기듯 재판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 의원들이 법절차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법치주의를 말하고 누구한테 준법을 요구할수 있을 것인가. 기소되고 재판이 시작된 지 반년이 넘도록 국회의원인 피고인의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는 한 재판장의 법정 푸념이 정치인들의 법의식을 보여준다.

이 재판장은 “외국에서는 국회가 열린 회기중이라도 의원들이 반드시 재판에는 나온다”면서 재판에 불응하는 백남치(白南治·한나라당)의원을 겨냥, 사법제도의 가치를 의심케 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백의원은 김포매립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재판부는 지난4월 구인장까지 발부해 그를 법정에 세우려 했으나 국회 회기중이어서 집행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또 대정부질문을 구실삼아 못나온다는 얘기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련 법정에 제대로 출정치 않는 국회의원은 7명에 달한다. 업자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배(金宗培·국민회의)의원의 경우 15차례의 재판에 거의 안나타났다. 김윤환(金潤煥·한나라당)의원도 공천헌금 등 33억원수수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단 한번도 법정에 나온 일이 없다. 김윤환의원에 대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보기도 했지만 그는 유유히 해외여행을 다녔다.

피소된 국회의원들은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계산일 것이다. 차일피일 재판날짜를 미루면 사진 찍힐 일도 없고, 유권자들도 잊어버릴 것이요, 일단 의원 임기 중에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 박탈을 당하느니 시간을 끌대로 끌어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그러다가 내년4월 총선에서 또 당선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피소된 정치인들은 대개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권력에 찍혀 표적사정의 대상이 되었다는 호소다. 물론 과거의 정치사를 살펴볼 때 그런 식으로 당해온 정치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현재 기소된 정치인 중에도 표적사정의 희생자가 있을 수도 있다. 표적사정에 의한 ‘탄압’이고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제때제때 재판에 응해서 진실을 말하고 증빙을 내세워 사법절차에 따라 스스로의 무죄를 입증하는 게 옳은 태도일 것이다. 회피만이 능사가 아니다.

‘법 앞에서의 평등’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그들도 당연히 재판부의심리에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정치인일수록법과절차를 지키는데 모범을 보여야한다. 표적사정도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법절차경시풍조도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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