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세계문화기행」펴낸 이희수 교수

  • 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삼국시대 이래 우리나라는 이슬람문화권과 한번도 적대적이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20세기만 해도 중동건설붐이 한국 경제도약의 발판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중동에 다녀온 노동자가 100여만명을 헤아려도 우리의 이슬람문화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무지 편견 오류 투성이입니다.”

이희수교수(46·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슬람문화 얘기만 나오면 목청이 높아진다. 그가 20년간의 현지조사와 여행체험을 모아 최근 펴낸 ‘세계문화기행’(일빛). 중국과 남미의 마야 잉카문명지역까지 포함돼 어정쩡하게 ‘세계’라는 제목이 붙긴 했지만 책의 절반 정도는 지중해연안 중동아시아아프리카동남아의이슬람국가와그들의독특한문화를 소개하고 있다.국내저자가쓴 것으로는 보기드문대중용의이슬람문화 기행서다.

그에게 제2의 고향은 터키의 이스탄불. 84년부터 6년간 이스탄불대에서 공부했고 지금도 방학만 되면 달려간다. 국민의 98%가 이슬람교도인 이 나라에서 그는 이슬람문화에 입문했다. 그는 “종교적 믿음은 믿음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따로 보는 분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이슬람 이해가 더 왜곡돼 온 것”이라고 말한다.

히말라야산 자락의 장수마을 훈자(파키스탄)부터 인디오의 정신적 고향인 티티카카마을(페루)까지 ‘세계문화기행’에 기록된 41개 도시와 마을,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덜 자본주의화되고, 덜 현대화된’ 것들이다.

“유럽이나 미국같은 선진국 여행은 노후를 위해 남겨두고 젊을 때는 힘들더라도 오지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그곳에서 문화에는 우열이 없고, 같고 다름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해 우리의 편견을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어야지요.”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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